정신보건법 개정… 의사는 ‘반대’ – 환자는 ‘찬성’

의료계 반발에 환자단체 “치료 빙자한 이권 챙기기” 비판

정신보건법

비자발적 강제입원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환자단체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법 시행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환자가 정부의 편에 서면서 의료계의 반발 논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신장애인 권익옹호 단체인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14일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표면적으로는 ‘정신질환자들의 적정치료’ 논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속내는 강제입원 기준 강화에 따른 의사들이 반감과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단체는 “의사들이 환자를 앞세워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러한 행보가 오히려 정신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시행으로 적잖은 수의 정신질환자들이 강제입원 족쇄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의료계 입장에서는 그에 따른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는 5월 30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정신질환자들의 인권보호가 향상될 것으로 확신하며 의료계에 반발을 멈추고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의사들이 인권보장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과거 치료라는 미명 아래 자행됐던 참혹한 인권침해가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의사들은 정신장애인 인권 신장의 작은 발걸음을 ‘치료’라는 명목으로 막아서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법 시행에 적극 동참하라”고 덧붙였다.
이해당사자인 환자들이 의료계의 행보를 정면 비난하고 나서면서 정신건강복지법 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월 중으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입법예고에 들어가기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의료계의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기로 한 셈이다. 다만 의사들의 동참 없이는 법 시행의 실효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시행령 및 시행규칙 상에서 의료계의 반감을 덜어 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복안이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있었고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나온 만큼 이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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