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을 번다”. 독일 어린이를 위한 경제학 책인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는 “돈이 돈을 번다”로 시작된다. 자본주의의 원리인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정확히 가르치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돈을 쓰는데,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데 쓰는 것과 땅이나 주식을 사는데 쓰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가르친다. 쓴 돈이 다시 돈을 불러들이는 것은 투자이고 그렇지 않으면 소비인데, 투자를 많이 할수록 시간이 지나면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정기간 돈을 모아서 큰 물건을 사면 ‘소비’이고, 적은 돈이라도 자산을 형성하고 그 자산에서 이자·배당금·임대료 등이 나올 때 ‘진정한 저축’이라고 알려준다.
한국사회에서 불평등은 심화된다
우리나라에서 빚을 제외한 순자산이 4억 원이라면 잘사는 사람 5%안에 든다. 상위 1%에 들어가려면 자산이 10억 원은 되어야 하고, 0.5%에 진입하려면 16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동국대학교 김낙년 교수가 상속세 자료를 연구한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에 따르면, 2010~2013년 기준 상위 자산가 1%가 차지한 자산은 전체의 25.9%, 상위 10%가 가진 자산은 66.0%에 달했다. 부의 집중도는 2000~2007년 기간에 비해 각각 1.7%, 2.8%포인트 높아졌다. 하위 50%가 가진 자산은 1.7%에 불과했다. 불평등이 심해진다는 얘기다.
상위그룹 문턱은 더욱 높아진다
자산 불평등이 심화됨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상위그룹 문턱은 높아진다. 최상위 자산가라고 할 수 있는 상위 0.5%에 들어가려면 2000년엔 8억6000만 원이면 가능했는데, 2013년에는 2배 가량 늘어난 16억 3000만 원은 돼야 했다. 상위 1% 자산가의 경계선은 같은 기간에 6억4천900만 원에서 9억9천100만 원으로, 상위 5%는 2억7천400만 원에서 3억8000만 원으로 높아졌다. 이는 상위 소수그룹에 부가 점점 더 쏠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산 집중도는 소득집중도(전체 소득에서 소득 상위그룹이 거두는 소득의 비율)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2010~2012년 소득 상위 1%는 전체 소득의 12.1%를, 상위 10%는 44.1%를 차지했지만, 자산집중도는 각각 25.9%, 66.0%로 더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자산집중도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자산형성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복지정책도 소득중심의 정책에서 자산형성을 고려한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표적인 복지정책인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은 소득보장을 기본으로 하면서 의료보장도 하는 방식이다. 공공부조는 가난해진 사람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사회보험은 산업재해, 노령, 실업, 질병 등으로 소득행위를 하기 어려울 때 소득과 의료를 보장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복지정책이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넘어 자산형성을 통해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산형성을 위한 정책을 보다 광범위하게 도입해야 한다.
아동을 위한 디딤씨앗통장
아동에게 “티끌모아 태산”을 가르치는 자산형성 복지정책은 ‘디딤씨앗통장’이 있다. 저소득층 아동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지방자치단체)에서 1대 1로 매칭해 월 3만 원 범위 내에서 동일 금액을 적립하여 아동의 자립을 지원하는 통장이다.
만18세 미만 아동복지시설, 공동생활가정 및 장애인시설, 가정위탁세대의 아동과,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인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아동만 신청할 수 있다. 이 적립금은 만18세 이후 학자금, 기술자격 및 취업훈련비용, 창업지원금, 주거마련 지원 등 자립을 위한 용도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디딤씨앗통장의 가입을 희망하는 아동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디딤씨앗통장은 아동에게 저축하는 습관을 가르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자산형성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 월 3만원을 18년간 저축을 해도 매칭한 금액을 포함하여 원금은 1296원에 불과하다. 이자가 포함되어도 자립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아동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려면 그 대상을 기준중위소득의 50%이하로 확대하고, 지원금액도 매달 10만 원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
희망키움통장과 내일키움통장
보건복지부는 2월6일부터 저소득층의 목돈 마련과 빈곤탈출을 지원하는 희망키움통장과 내일키움통장의 신규 가입자를 모집한다. 희망키움통장Ⅰ의 경우, 생계·의료 수급가구가 다달이 10만원을 저축해 3년 안에 수급가구에서 벗어나면 정부에서 가구소득에 비례한 일정 비율만큼 적립하여 지원한다. 예컨대 월 소득 130만 원 이하의 3인 가구가 월 1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지원액이 다달이 36만 원 더해져 월 46만 원을 저축하게 된다. 이를 3년간 지속하면 1천656만 원에 이자를 더 얹은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희망키움통장Ⅱ는 차상위계층이나 주거·교육급여 수급자가 3년간 일하면서 다달이 10만 원을 저축하고 교육 및 사례관리를 연 2회 이상 이수하면 정부가 매월 10만 원을 추가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한 사람은 내일키움통장에 가입할 수 있고, 10만 원을 저축하고 3년 이내 탈 수급하거나 일반노동시장으로 취업·창업하면 정부에서 최대 35만 원을 추가 지원해준다. 가령 가입자가 매달 1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지원액 10만 원이 더해지고 여기에 자활근로사업단 매출액 10만 원이 추가로 더 얹어져 3년간 약 1620만 원과 이자를 더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1차 모집일은 2월 10일까지이고, 이후 연중 신청이 가능하다. 희망키움통장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내일키움통장은 지역자활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가입 숫자는 총 3만 1000 가구이고, 누적 가구수는 12만8000 가구가 된다. 가입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중도 탈락 요건도 3개월 연속 미납에서 6개월 연속 미납으로 완화되었다. 희망키움통장Ⅰ을 만기 해지한 사람이 수급 가구에서 벗어난 경우는 66.7%로, 다른 자활사업의 탈수급률(20.1%)보다 훨씬 높았다.
빚 무서운 줄 알려주는 금융교육
돈이 돈을 버는 시대에 자산형성 지원제도와 함께 빚 무서운 줄 알려주는 금융교육이 절실하다. 모든 빚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생기고, 이자에 이자가 생기기에 눈덩이처럼 커지는 성질이 있다. 자산형성을 위해서는 가급적 빚을 덜 내고, 빌린 빚을 빨리 갚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 대졸 취업자의 학자금 대출 경험은 29.8%이고 이들이 갚아야 할 대출금액은 1천48만원이었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은 사회진출과 함께 빚을 갚아야 하는 ‘멍에’를 지고 있다. 부의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모든 시민이 자산형성의 중요성을 알고 투자하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시키고, 자산형성에 참여할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돈이 돈을 벌고, 자산이 자산을 키운다.
희망+내일키움 http://www.hopegrow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