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500만원 넘는 ‘고액환자’ 309만명…전체 진료비 절반 이상 차지
코로나19에 호흡기 질환 감소…분만 2016년 40만건→2020년 27만건
고령화로 국내 노인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노인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3% 비중을 넘어 3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도 86조7000억여원으로 매년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건강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약 123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139만원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연간 1인당 진료비가 500만원이 넘는 ‘고액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이 전체 가입자의 진료비 절반을 넘어섰으며, 저출산의 여파로 분만 건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0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는 전년보다 0.7% 증가한 86조7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진료비는 건강보험이 의료기관에 지불한 진료비와 환자가 의료기관에 지불한 본인부담금을 합한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37조6천135억 원(43.4%)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에 쓰였다. 2016년(25조2천692억 원)의 1.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2016년 64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7%를 차지했던 65세 이상 인구가 4년 새 790만명(15.4%)으로 대폭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진료비는 487만원으로 전체 평균 1인당 진료비인 169만원의 3배에 가까웠다.
노인 1인당 진료비는 2016년 398만원, 2017년 425만원, 2018년 456만원, 2019년 491만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487만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500만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 1명이 낸 연간보험료는 122만8천802원이었다. 이들에게 치료비로 나간 보험급여비는 138만5천612원으로, 보험료 대비 급여비는 약 1.13배였다. 보험료로 100원을 내고 약 113원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다.
1인당 진료비가 연간 500만원이 넘는 고액 환자는 309만5000여 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의 6.6%를 차지했다. 이들의 진료비 총액은 전체 진료비의 절반을 넘는 43조6천568억원(50.3%)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진료비가 0.7% 늘어난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급여도 65조2천916억원으로 2019년(64조8천881억원)보다 0.6% 증가했다.
지난해 요양기관 종별 진료비(진료일 기준)는 의원이 17조34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15조2천140억원, 종합병원 14조9천134억원, 병원 7조7천535억원, 요양병원 6조1천634억원, 치과 4조8천611억원, 한방 2조9천500억원이었다.
의료기관별 진료비를 항목별로 보면 처치·수술료가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1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진찰료(17.1%), 검사료(14.9%), 입원료(13.0%) 순이었다. 의료기관, 약국 등 전체 요양기관 숫자는 9만6천742개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그 밖의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감소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종합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27.8%로 전년도(32.2%)보다 4.4%포인트 하락했다.
또 지난해 고혈압·당뇨병 등 12개 만성질환의 진료인원은 1천891만명이었으며, 이 중 고혈압 환자가 673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절염(471만명), 정신·행동장애(344만명), 당뇨병(334만명), 신경계질환(317만명), 간 질환(185만명) 순이었다. 특히 호흡기결핵 질환의 경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 강화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환자 수가 18.1% 급감했다.
저출산이 장기화하면서 분만 관련 통계는 매년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분만 건수는 27만3천292건으로 전년도의 30만787건보다 9.1% 감소했다. 2016년의 40만4천703건과 비교해도 급감한 것이다.
연령대별 분만 건수는 30∼39세에서 19만7천2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6만1천714건), 40대(1만3천520건), 19세 이하와 50세 이상에서도 각각 827건, 6건이었다. 전체 분만 중 자연분만은 46.4%(12만6천776건), 제왕절개는 53.6%(14만6천516건)를 차지했다. 아울러 분만 기관도 541곳에서 518곳으로 전년 대비 4.3% 줄었다.
이인동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