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의 자유로운 영화 관람권 보장” 촉구
◇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외 3개 장애인권단체는 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청각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한국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와 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를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위축된 영화계를 지원하고자 6천원 할인권을 제공했고 이에 할인권을 지급받은 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하려 했지만 한글자막이 전혀 제공되지 않아 영화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 외 3개 장애인권단체는 6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벽허물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상영됐던 한국영화는 199편이며 이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으로 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제작된 영화는 30여 편이다. 이마저도 일부 스크린에서만 제공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백두산’의 경우 개봉 13일 만에 전국 1천241개의 스크린에서 5천536회를 상영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 1천971곳 스크린에서 약 17만회를 상영했다.
하지만 영화 ‘백두산’의 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화면해설 상영은 올해 1월 7일을 시작으로 1월말까지 53개 스크린에서 72회 상영에 그쳤다.
정부가 장애인 영화관람 지원 사업을 2005년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정된 극장, 지정된 날짜, 지정된 시간에만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일반 관객이 많지 않은 낮이나 평일에 일부 상영관에서만 상영이 돼 대부분 장애인은 자막이나 화면해설 영화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영화관람에 차별을 경험한 청각장애인 당사자 윤정기 씨와 이미경 씨는 CGV(왕십리점, 성남모란)에 별도의 자막용 장치의 비치와 관계없이 상영하는 한국영화의 50% 이상에 자막을 제공하고 자막 제공 영화는 어느 상영관이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상영을 할 것과 자막 제공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정보에 게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에는 영화관 사업자에게 한국영화 상영 시 상영영화 50% 이상 자막을 제공하고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는 상영관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청각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하는 등 정책을 만들 것을 요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인 윤정기 씨는 “정부가 영화계를 지원하고자 할인권을 풀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부의 지원이니 청각장애인 관객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한글 자막이 제공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표를 구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한글 자막 서비스는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정인 이미경 씨는 “정부가 장애인 영화관람 지원사업을 시작한지 15년이 지났다. 청각장애인의 환경은 많이 좋아졌고 영화관람 환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라 답답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에는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보장할 책무가 있지만 현재 영화관람 환경은 정부와 영화관이 나와 같은 청각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며, “청각장애인도 영화관객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우리도 자유롭게 영화를 보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호소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