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크 온 슈트 4 착용 모습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15일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도울 웨어러블 로봇 ‘워크 온 슈트 4’를 공개했다.
워크 온 슈트 4는 장애 극복용 생체 공학 보조 장치 경진대회인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하기 위해 KAIST 공경철 교수와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 병원 나동욱 교수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로봇이다.
일어나 걷는 기본 동작은 물론 계단이나 경사로 오르내리기, 문 열기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뤄 무게를 분산하는 것처럼, 로봇이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해 체감 무게를 대폭 줄였다.
특히 로봇이 착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보행 패턴을 찾아 동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은 수십㎏에 달하는 로봇의 무게가 착용자에게 직접 전달돼 육체적 피로감이 상당했다.
워크 온 슈트 4를 입은 장애인은 연속 보행 시 1분에 40m 이상 걸을 수 있으며, 보행 속도는 비장애인(시간당 2∼4㎞)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보행 보조 로봇 착용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이다.
로봇의 주요 부품은 국산 기술로 완성됐다. 로봇 구조 설계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공경철·나동욱 교수가 공동 창업한 엔젤로보틱스가, 개인 맞춤형 탄소 섬유 착용부는 재활공학연구소가 개발했다. 로봇의 동작 생성과 디자인 개발은 영남대 로봇기계공학과와 로봇 디자인 업체인 에스톡스가 맡았다. 워크 온 슈트 4를 입고 대회에 출전할 우리나라 선수로는 김병욱(46·남), 이주현(19·여)씨가 선발됐다. 김병욱 씨는 1998년 뺑소니 사고로 장애를 얻은 뒤 2015년 공 교수팀에 합류했다.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에 워크 온 슈트 초기 모델을 착용하고 출전해 동메달을 수상했다.
이주현 씨는 고교 3학년 재학 중이던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같은 해 6월 연구팀에 합류해 출전 훈련을 해왔으며, 올해 초 선수 선발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합격의 영광을 동시에 안았다.
두 선수는 앉고 서서 물컵 정리하기·지그재그 장애물 통과·험지 보행·옆 경사 보행 등 4개의 미션을 각각 2분 24초와 3분 35초 만에 완수했다. 현재까지 미국·스위스 팀의 기록이 6분대이고, 그 외 참가팀은 모든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공경철 교수는 “워크 온 슈트 4의 기술적인 우월성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 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초 오는 9월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사이배슬론 202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영향에 하반기로 연기됐다. 개최국이나 개최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