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노인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노인학대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발생했으며 아들, 배우자로부터 학대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6천71건으로 전년(1만5천482건)보다 3.8% 증가했다.
전국의 노인보호전문기관 34곳이 지난 한 해 동안 접수한 신고,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현장 조사 등을 거쳐 노인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는 총 5천243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32.6%였다.
노인학대는 보통 여러 유형의 학대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정서적 학대 피해를 호소한 사례가 42.1%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38.1%), 방임(9.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허락 없이 연금, 임대료, 재산 등을 가로챈’,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 ‘귀중한 물건을 돌려주지 않는다’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 사례는 2018년 381건에서 지난해 426건으로 11.8%나 증가했다.
학대가 일어난 장소를 보면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4천450건으로 전체의 84.9%를 차지했다. 이어 생활 시설 486건(9.3%), 이용시설 131건(2.5%) 등의 순이었다. 학대 행위가 반복되는 ‘재학대’ 사례의 경우,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97.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대 행위자(총 5천777명)와 피해 노인과의 관계를 따져본 결과 아들 1천803건(31.2%), 배우자 1천749건(30.3%) 순으로 많았다. 아들과 배우자를 합치면 61.5%로, 이 중 배우자 비율은 해마다 높아졌다.
의료인을 비롯해 노인 복지시설 종사자 등에 의한 학대 사례도 1천67건(18.5%)으로 적지 않았다. 노인 스스로 돌보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는 ‘본인 학대’도 200건(3.5%)이나 됐다.
노인이 다른 노인을 학대하는 이른바 ‘노(老)-노(老)’ 사례는 2천137건으로, 37.0%에 달했다. 노인 혼자 사는 단독 가구에서 학대 피해를 경험한 경우는 1천39건(19.8%)이었다. 노인 부부 가구에서 학대 피해를 겪는 경우는 2018년 1천512건(29.1%)에서 지난해 1천669건(31.8%)으로 늘었다.
학대 피해 노인 중 치매를 진단받았거나 치매가 의심되는 사례는 4명 중 1명꼴이었다. 지난해 치매 의심 및 진단 사례는 총 1천381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 대비 26.3%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노인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노인 의사에 반해 재산이나 권리를 빼앗는 경제적 확대를 막고자 통장관리 서비스, 생활경제 지킴이 사업 등을 시범 운영한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4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노인 인권 증진에 기여한 종사자, 공무원 등 개인 36명과 단체 1곳에 포상 및 표창을 수여했다.
복지부는 9월 22일까지 ‘사랑을 전하면 희망이 됩니다’를 주제로 한 나비새김 캠페인도 한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나비새김 캠페인을 통해 주변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노인학대를 가정 및 시설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며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