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장애인·언론 시민단체는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방통위에 인권위 권고 수용을 촉구, 청와대에 관련 의견서를 접수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상파방송 수어통역 의무비율 5%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린 가운데, 방통위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관련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는 장애인·언론 시민단체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장애인·언론시민단체는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인권위 권고 수용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접수했다.
이들 단체는 청와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농인의 언어이다. 코로나19 브리핑의 수어통역과 ‘#덕분에’ 캠페인에서 보았듯이 수어는 우리에게 하나의 희망이요, 끈 역할을 했다” 며 “청와대가 방통위가 인권위 권고를 올바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해달라고 요청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상파 저녁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이 제공될 수 있도록 장애인 방송고시를 개정할 것 ▲지상파 방송사의 수어통역 제공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20% 이상으로 확대할 것 ▲수어통역 등을 확대할 수 있도록 방송사 부담을 일정부분 줄여줄 것 등을 청와대와 방통위에 촉구했다.
‘장애인 방송고시’와 관련해 메인뉴스에 의무적으로 수어통역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 내용을 명시할 것을 요청했다. 방송사의 자율적인 편성에 수어통역 제공 여부를 맡겨 메인뉴스가 방송되는 이른바 ‘황금시간대’에는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어통역 비율의 단계적 상향과 관련해 현재 지상파방송의 수어통역 제공 실태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시점을 기재했다. 2021년도 7%, 2022년도 10%, 2023년도 15%, 2024년도 20% 등으로 기준을 상향조정해 전체 방송프로그램의 20% 이상을 수어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수어통역 제공 확대를 위한 방송사 지원 방안으로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중 장애인방송 제작지원금액 확대, 공익관련 프로그램에서의 수어통역제작 비용 전액지원 등을 제안했다. 장애인방송 제작지원금의 경우 지난 10년 간 매년 지원 폭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MBC의 경우 2010년 장애인방송 제작비지원 비율이 25%였는데 현재 9.5%까지 지원폭이 줄어든 상태다.
앞서 지난 4월 20일 인권위는 장애인단체 등이 제기한 ‘지상파 메인뉴스 수어통역 미제공’ 차별진정에 대해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에 “농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피진정방송사 메인뉴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국수어통역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주무부처인 방통위에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방통위는 ‘장애인 방송고시’에서 지상파 수어통역 의무비율을 5%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은 2013년부터 유지되고 있어 인권위는 현행 ‘장애인 방송고시’가 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3사는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장애인 방송고시’에 따른 법적 기준(자막 100%, 화면해설 10%, 수어통역 5%)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3사는 7~8%대의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메인뉴스에는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편, 방통위는 인권위 권고를 두고 지상파3사와 논의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장애인 방송고시의)수어통역 비율 상향에 대해 방송사업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간담회 일정 등을 조율 중” 이라며 “방통위가 강제적으로 올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논의를 시작하고 방송사업자와 정부 간 협의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