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는 왜 하필 12개일까요?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세상 모든 만물에는 그에 맞는 기운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운을 음양오행 사상을 통해 설명하였으며, 이 음양오행에 기초하여 하늘에는 10가지의 기운이 있고, 땅에는 12가지의 기운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늘에 있는 10가지 기운은 천간(天干) 또는 십간(十干)이라고 하였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등 사주팔자의 앞을 이루는 말들이 바로 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땅의 12가지 기운을 지지(地支) 또는 십이지(十二支)라고 하였습니다.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辛) 유(酉) 술(戌) 해(亥)’ 등이 이를 나타내고 있는 말입니다. 바로 이 땅의 12가지 기운이 띠와 밀접한 관련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땅의 12가지 기운을 아무리 봐도 개니, 돼지니, 원숭이니 하는 동물들은 직접적으로 찾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띠의 동물들은 12가지 땅의 기운, 즉 지지(地支)를 지키는 수호 동물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子)의 수호동물은 쥐, 축(丑)의 수호동물은 소, 인(寅)의 수호동물은 호랑이, 묘(卯)의 수호동물은 토끼, 진(辰)의 수호동물은 용, 사(巳)의 수호동물은 뱀, 오(午)의 수호동물은 말, 미(未)의 수호동물은 양, 신(辛)의 수호동물은 원숭이, 유(酉)의 수호동물은 닭, 술(戌)의 수호동물은 개, 해(亥)의 수호동물은 돼지 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병술(丙戌)년 이라고 한다면 무슨 띠일까요?
이 경우 첫 자인 병(丙)은 하늘의 10가지 기운을 가리키고, 두 번째 자인 술(戌)이 땅의 12가지 기운인 지지(地支)를 가리킵니다. 자 그러면 술(戌)의 수호동물은? 바로 개입니다. 그런 이치로 병술년에 태어난 사람은 개띠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흔히들, 술(戌)자를 기계적으로 써가며 개라고 외우셨을 텐데, 이렇게 땅의 기운을 수호해주는 동물이 개라는 걸 생각하며 외웠다면 좀더 쉽고 재미있게 외워질 테지요.
그렇다면 동물들의 순서가 왜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로 정해진 걸까요? 여기는 다양한 설화들이 얽혀 있습니다.
하늘의 옥황상제가 동물들을 불러놓고 달리기 경주를 시켜, 결승선을 들어온 순서대로 정했다는 이야기,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설화 중에서 동물의 활동시간과 해당하는 동물의 발가락 수에서 유래했다는 설화가 가장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다.
옛날 옛적에는 시간을 나타낼 때 임진년(年) 병자월(月) 기축일(日) 갑자시(時) 등과 같이 나타내어 사용하였습니다. 이처럼 천간과 지지로 시간과 방위를 표현하였는데, 갑자시에서 ‘자시’의 경우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설화에 따르면 이 시간대에 가장 활발한 동물은 ‘쥐’이고, 다음 시간대인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는 ‘소’가 아침 밭갈이 준비를 하느라 일어나 활동을 시작할 때로 소가 이 시간을 대표하는 동물로 볼 수 있으며, 다음 3시에서 5시 사이는 하루 중 호랑이가 잠에 들기 전에 먹이 사냥을 위해 가장 부지런히 돌아다닐 시간으로 이 시간대를 대표하는 동물은 호랑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이후의 배치되는 수호동물도 이런 순서로 나열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방위와 시간을 나타내는데 사용했던 십이지(十二支)에서 유래하여 민간에서 수호동물을 배치하였기에 띠는 12개로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띠 동물이 결정되어 현재까지 내려왔다고 보는 것 입니다.
이처럼 지지(地支)에 수호동물을 결부시켜 보여주는 것들은 고대 중국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유적에서 12지신상 등을 통해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넘겼던 12가지 띠에도 사람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조상들의 실용적인 지혜가 숨어있습니다.
<자료 :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