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들어서는 절기로 1년 24절기 중 18번째 절기입니다. 한로가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이슬이라는 한자어 의미를 가진다면, 상강은 서리 상(霜)에 내릴 강(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강은 이제 본격적으로 서리가 내리는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상강일은 양력 10월 23일이나 10월 24일에 위치하게 됩니다.
상강의 시기는 가을 날씨로 쾌청하지만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시기입니다. 더욱이 온도가 더 낮아진다면 얼음이 얼기도 합니다. 2012년만 하더라도 그 전날 내린 가을비로 인해 서울의 아침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지고 강원도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얼음이 어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강은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중부 지방은 이미 온 산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가득하고, 이러한 단풍이 점차 남부 지방으로 남하하고 있는 시기가 바로 상강입니다. 이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가 만개하는 때도 바로 상강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상강을 맞아 국화주를 마시며 가을 나들이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상강일부터 입동일까지의 15일을 다시 5일씩 나누어 세 개의 시기로 나누기도 하였는데 이때 첫 번째 시기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로, 두 번째 시기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로, 세 번째 시기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 속에 숨는 때로 보았습니다. 우리의 세시풍속에 대해 설명하는 김형수의 <농가십이월속시 農家十二月俗詩> 에서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 라고 거의 같은 표현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상강을 지나 보름 뒤에는 입동인데 그 시기가 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됩니다. 보통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 동안 가꾸어서 가을에 거둬들이는 우리의 농사일은 그래서 상강 무렵이면 대부분 마무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가을걷이가 끝나 한숨 돌리며 단풍놀이가 한창이지만 농사일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옛 문헌에 의하면 상강일은 베어낸 벼를 타작하고, 벼를 베어낸 논에 가을보리를 파종하며, 종자용 호박을 따고, 과실과 조나 수수 등을 수확하는 시기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농사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한 절기 정도가 빨라진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요즘의 가을걷이는 한로 즈음이면 모두 끝이 난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여도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하는 일에는 끝이 없지요. 더군다나 상강일과 어울리지 않는 기온이 되면 또 거기에 맞춰서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자연의 흐름이 그 끝이 없이 순환하는 것처럼, 인간의 노동도 끝은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순환에 억눌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연의 순환은 리듬과 강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리듬과 강약을 적절히 이용하며 우리들도 나름의 리듬과 강약을 가질 때 우리들의 삶이 역동적이게 될 것입니다.
<자료: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