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아들>배우자>기관…‘노-노’ 학대 2천51건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처음 5000건을 넘은 학대사례 10건 중 1건은 사건 종결 이후 재차 일어난 재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노인학대 예방의 날(6월15일)’ 하루 전인 14일 발표한 ‘2018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로 1만5천482건이 신고돼 33.5%인 5천188건이 학대사례로 최종 판정됐다.
지난해 노인학대 판정 건수는 2017년(4천622건)보다 12.2% 증가한 수치다. 5년 전인 2014년 3천532건이었던 학대사례는 2015년 3천818건, 2016년 4천280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노인보호전문기관 신고 종결 이후 다시 학대가 발생한 재학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체 학대사례 중 재학대는 488건이었는데 이는 전체의 9.4%에 달하는 수치다. 1년 전(359건)보다 35.9% 증가했으며 5년 전(208건)과 비교하면 2.3배나 늘어난 수치다.
학대 행위자 중에서는 아들이 37.2%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배우자가 27.5%로 그 뒤를 이었는데 2014년 15.2%, 2015년 15.4% 수준에서 2016년 20.5%, 2017년 24.8% 등으로 그 비율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이어 기관(13.9%), 딸(7.7%) 순이었다.
재학대 사례 행위자 500명 중 82.6%인 413명이 학대피해노인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아들이 절반에 가까운 48.9%(202명)로 가장 비율이 높았고 배우자 37.0%(153명), 딸 6.1%(25명) 순서였다.
가구 유형별로 보면 자녀동거가구에서 가장 많은 33.5%(1738명)의 학대가 발생했다. 그 뒤를 노인부부가구가 29.1%(1512명)를 차지했는데 2014년(19.8%) 대비 9.3%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2015년 34.5%였던 노인 혼자 사는 가구 비율은 2016년부터 감소해 지난해 19.3%(999명)까지 줄었다.
노인학대 신고가 발생한 장소는 가정 내 학대가 89.0%로 전년(89.3%)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어 생활시설 380건(7.3%), 병원 65건(1.3%) 등 순이었다. 재학대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98.4%로 거의 대부분이었다. 신고자는 경찰관 등 관련기관(65.6%), 친족(9.1%), 사회복지전담공무원(7.7%), 학대피해자 본인(7.5%), 노인복지시설 종사자(3.7%), 가정폭력 관련 종사자(1.4%) 등의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를 받는 노인 중 30.0%인 1천701건이 70세 이상이었으며 50~59세 1천414건(25.0%), 40~49세 1천253건(22.1%), 60~69세 824건(14.5%), 30~39세 318건(5.6%) 등이었다.
학대유형은 정서적 학대(42.9%), 신체적 학대(37.3%), 방임(8.8%), 경제적 학대(4.7%) 등 순서였다. 최소한의 자기보호 관련 행위를 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태에 이르게 하는 자기방임 사례는 2015년 10.1%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2.9%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학대피해노인 중 23.3%인 1천207명은 치매(치매의심 507건, 치매진단 700건) 노인이었다. 학대행위자 1천575명 가운데 기관이 631건(40.1%)으로 가장 많았고 아들 422건(26.8%), 배우자 141건(9.0%) 순이었다. 학대유형으론 방임이 499건(26.5%)으로 가장 많고 아들 422건(26.8%), 배우자 141건(9.0%) 순이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이른바 ‘노(老)-노(老) 학대’는 2천51건이었다. 학대행위자 5천665명 중 36.2%는 노인이었던 셈이다. 배우자가 1천474명으로 71.9%를 차지했으며 피해자 본인 240건(11.7%), 기관 138건(6.7%) 순이었다.
노인학대 신고 및 학대건수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인 데 대해 복지부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지속적 확충,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등을 통해 은폐되었던 노인학대 사례의 신고·접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가정 내 학대 비율이 높고 재학대 사례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가정내 학대사례 조기발견 및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노인학대 조기발견 및 재학대 방지를 위해 노인학대 예방 및 노인보호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부터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나비새김’ 캠페인을 추진하고 중앙신고의무자협의체(20개 단체, 140여만명)를 중심으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의 협력 등을 통한 다양한 대국민 인식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노인학대 조기발견 및 신속한 대응을 위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을 2017년 30개소에서 올해 34개소로 늘렸으며 향후 10개소를 추가 확대키로 했다.
재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으론 사례관리 종료 후 학대피해노인 가정에 사후관리 상담원(LCS, Life Care Supporter)을 파견하기로 하고 재학대 위험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한 시범사업을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시설 내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 노인복지시설 및 장기요양기관 설치·운영자 및 종사자 약 65만명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나비새김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이 주변 노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노인학대가 더 이상 가정, 시설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호철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