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저출생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싶다면 모든 부모가 육아휴직을 차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신청, 사용하는 휴직’을 말한다. 모든 부모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저출생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다.
◈ 육아휴직, 이렇게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해고의 두려움 없이 일정기간 동안 휴직할 수 있는 법정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 따라 육아휴직을 시행한다.
육아휴직은 대상, 기간, 신청방법 등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육아휴직의 대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남녀 근로자이다. 자녀의 나이가 8세 이상이더라도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이면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육아휴직을 시작 후에는 나이나 학년 기준을 넘어도 무방하다.
육아 휴직기간은 최대 1년이며, 자녀 1명 당 1년 휴직을 쓸 수 있다. 만약 자녀가 2명이면 각각 1년 씩 2년을 사용할 수 있다. 부모가 모두 근로자이면 한 자녀에 대해 어머니도 1년간 아버지도 1년간 사용할 수 있다. 당사자가 원하면 최대 1년 기간을 1회에 한해 분할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육아휴직을 원하는 근로자는 휴직 개시 예정일의 30일 전까지 사업주에게 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에는 육아휴직 대상인 영유아의 성명, 생년월일, 휴직개시 예정일, 육아휴직을 종료하려는 날, 육아휴직 신청연월일, 신청인 등에 대한 사항을 적어야 한다.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사업주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 다만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시작하려는 날의 전날까지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와 동일한 영유아에 대해 근로자의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인 경우 육아휴직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를 제외하고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 육아휴직을 받을 수 없는 사람
육아휴직은 성별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아 남녀 모두 신청 가능한 제도이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전통적으로 주된 양육자 역할을 맡아온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고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제도인 동시에, 남성의 양육분담과 성평등 의식 향상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일을 하지만 ‘근로자’가 아닌 사람은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자기 농사를 짓는 농업인, 작은 규모 가게를 하는 자영업자는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없다. 일하는 것은 근로자와 유사하지만 ‘사업자’로 등록된 학습지교사, 방문판매사원 등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받을 수 없다.
육아휴직은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만을 위한 제도이고, 직장을 그만 둔 실업자는 육아휴직을 받을 수 없다. 육아휴직은 모든 부모의 육아부담을 줄여주는 제도가 아니라, 일부 근로자인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제도이다.
◈ 육아휴직을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도 직장의 분위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5인 이상 기업 5000곳에서 육아휴직의 실태를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2017년 기준 육아휴직을 한 번이라도 활용한 비율이 300인 이상 사업체의 62.2%, 10인 이상 30인 미만 기업의 4.6%, 9인 이하 규모의 1.3%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은 출산휴가보다 활용한 비율이 낮을 뿐 아니라, 10인 이상 30인 미만 기업에서는 5%에도 미치지 못했고, 9인 이하 규모에서는 1%대에 불과했다. 기업의 규모(직원수)가 적으면 자녀 출산이나 양육을 하는 근로자가 적기에 비율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이 수치는 육아휴직이 중소기업에서는 아직 그림의 떡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017년에 출산휴가를 시행한 실적이 있는 사업체는 9.6%, 육아휴직은 그보다 더 적은 3.9%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보건업과 금융 및 보험업, 전기·가스 등 검침, 출판·영상 서비스업 등에서 모성보호제도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도 모두 높았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교하여 직원의 급여가 낮을 뿐만 아니라 복지수준이 낮은 편인데, 육아휴직도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회사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얘기를 꺼냈다, 퇴사 압력만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적지 않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육아휴직을 제도화시키고, 당사자가 신청하면 사용주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주도록 되어 있다. 이를 어기면 ‘500만 원 이하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육아휴직의 보편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성 보호 제도 중 출산 휴가는 86% 이상의 사업체에서 알지만,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은 절반 정도만 알고 있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를 여성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도 쓸 수 있고, 육아휴직은 남녀 모두 1년씩 쓸 수 있지만 남자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법으로 제도화된 것을 알더라도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대답한 업체는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알고는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업체 4곳 중 3곳은 “사내에 출산휴가 제도가 없다”고 대답했다. 육아휴직의 활용도는 더욱 낮아서 부담없이 활용할 수 있다고 답한 곳은 세 곳 중 한 곳에 불과했다.
◈ 육아휴직, 국가책임제를 도입하자
육아휴직을 잘 정착시키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2019년 육아휴직 급여는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80(상한액: 월 150만 원, 하한액: 월70만 원)이고, 육아휴직 4개월째부터 육아휴직 종료일까지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상한액: 월 120만 원, 하한액: 월 70만 원)이다. 고용노동부는 4개월째부터 통상임금의 40%를 주던 것을 올해 50%로 올렸다고 하지만, 상한액이 지나치게 낮아 그 효과가 크지 않다. 상한액 150만원은 통상임금이 187만5000원 보다 많은 사람은 통상임금의 80% 미만을 받는 셈이다.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휴업급여를 받으면 통상임금보다 많은 평균임금의 70%를 받고 한도액이 없는데 육아휴직급여에 상한액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 고용보험 보험료를 부과할 때에는 상한액이 없으면서 지나치게 낮은 상한액을 두어 육아휴직급여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 육아휴직급여의 상한액을 없애거나 ‘고용보험 가입자 평균임금’과 같은 합리적인 기준으로 바꾸어야 한다.
고용보험료를 내는 근로자는 육아휴직에 충분한 급여액을 받고, 직장의 규모에 상관없이 대상이 되는 모든 남녀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최소한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행정공무원이 누리는 수준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가는 근로자가 아닌 국민도 육아휴직을 차별없이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농어민,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모든 부모가 육아휴직을 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때 저출생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고용보험
https://www.ei.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