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분
남자는 어두움이다
드러나지 않는 그리움이다
빈 집 한 채다
내 시의 숨은 제목이다
기침처럼 소리나는 햇살이다
열쇠를 하나씩 나누어 갖는 집주인이다
슬플 때 멀뚱히 바라보는 낯선 남이다
한 이불속에서도 천 리를 느끼게 하는 심령술사다
여자 이름보다 오래 남는 추억이다
술보다 빨리 취하는 노을이다
함께 흐르는 세월의 물줄기다
그 많은 사랑의 노래도 다 소화해내는 튼튼한 위장이다
언제나 빗나가는 일기예보다
가끔 빌려 입고 싶은 겨울외투다
아득히 기대서고 싶은 안개벽이다
통화중 끼어들기 우선순위다
방음시설이 엉성한 부실공사다
우편번호 없는 편지봉투다
한밤의 음악편지 함께 듣던 청취자다
흰 국화꽃 사들고 달려가고 싶은
종착역이다
·김금분
·춘천 출생
·춘천여고,
·한림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수료
·월간문학으로 시인 등단(1990년)
·시집 <화법접환 > 외
·춘천 글소리낭송회장
·전 강원도의원
< 저작권자 © 강원장애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