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淸明)은 춘분과 곡우 사이에 있는 절기로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입니다. 맑을 청 (淸)자에 밝을 명(明)자를 쓰는데, 이는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력으로는 3월, 양력으로는 4월에 이 청명이 들어 있으며 보통 4월 4일이나 4월 5일이 청명일이 됩니다. 그래서 보통 청명은 한식과 겹치거나 하루 전이 되지요. 청명과 한식은 날이 비슷하게 겹치기 때문에 옛 선조들은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일반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청명에는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로 불을 일으켜 바치면 임금이 다시 이 불을 각 고을에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밥을 지을 수가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 차가울 한(寒) 자에 먹을 식(食) 자를 쓴 한식(寒食)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청명과 한식이 들어 있는 양력 4월 초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런 날씨 탓에 불이 나기 쉬운데 그래서 한식날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밥을 그냥 먹는 것이기도 하지요.
청명은 그 의미 그대로 좋은 날씨를 뜻하는데, 이때 비로소 농촌에서는 봄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농사에서는 의의가 큰 절기입니다. 청명일에 농촌에서는 논이나 밭의 둑을 손질하고, 가래질을 하며 보리밭을 매거나 채소를 파종하는 등 각종 일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농사를 크게 짓는 집의 경우 청명이나 곡우 무렵이면 일꾼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하네요. 또한 지방에 따라서는 이 청명일이나 한식일을 손 없는 날이라고 해서 산소를 돌본다거나 이장을 하거나 집수리를 하는 일을 이때 진행하기도 합니다.
청명은 농사의 시작 즈음과 겹치기 때문에 날씨와 관련된 속설도 많이 전해집니다. 어촌에서는 청명과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어획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믿었으며, 반대로 이날 바람이 불면 그 해의 어획량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어떤 지역에서는 청명일에 나무를 심는 풍습도 있었는데, 이 나무를 ‘내 나무’라고 해서 아이가 혼인을 할 때 짜주는 농의 재목감으로 삼기도 하였다네요. 또한 청명 때는 삐삐, 또는 삘기라고 부르는 띠라는 식물의 어린 순이 돋는데, 군것질거리가 없던 예전에는 아이들이 이것을 뽑아 먹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청명일을 즈음해서는 크게 기온이 올라가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기 때문에 건강에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부쩍 늘어나는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항상 이 점을 생각하여 미리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 좋겠지요. 맑고 밝은 봄날을 맑고 밝은 몸으로 맞이하고 유지하는 일, 청명을 맞아 최상의 컨디션으로 자신을 만들고 그 힘으로 일 년을 준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자료 :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