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항소심도 국가·운수업체 등 상대 일부 승소
저상버스 도입·손해배상 책임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 장애인단체 등이 25일 오후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보장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법원이 ‘교통약자’인 장애인이 버스를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시외버스, 고속버스에도 휠체어 승강설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과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판사 배준현)는 25일 장애인 김모씨 등 5명이 국가와 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통약자법 등에 의해 장애인은 이동권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당연히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한 차별 행위에 해당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호고속은 시외버스에 대해, 명성운수는 시내버스 중 광역·급행·직행좌석·좌석형버스에 대해 휠체어 승강설비를 제공하라”고 밝혔다.
다만 ‘저상버스를 도입하라’는 김씨 등의 주장에 대해선 “작년에 교통약자법이 개정됐고, 최근 교통약자법 시행령 입법 예고까지 된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한 청구에 대해서도 기각 판결을 내렸다. 국토부와 지자체가 이동권 증진 방안을 마련해 일부 실천하고 있고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 차별 행위에 해당되더라도 피고인들의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과 장애인단체 등은 항소심 판결이 사실상 1심 판결과 전반적으로 대동소이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감을 표했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의 김태형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 이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이 국가의 의무를 더 인정해줬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행정기관에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민간 사업자들도 시외 이동에 대한 진일보한 정책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영철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 또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문제없이 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며 “정부는 교통 약자가 버스를 이용해 시외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 확보를 위해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에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며 2014년 4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듬해 1심 재판부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승·하차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최호철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