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장애인도 투표할 권리 보장하라”

6개 장애인단체, 장애유형 맞춘 편의제공 등 요구안 전달

장애인 당사자들이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아래 정개특위)에 “장애인도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6개 단체와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장애인 참정권 권리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추련 등은 “정개특위에서 본격적인 제도개선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투표소에 접근할 수 없고 투표권 행사조차 할 수 없는 국민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소하 의원은 “헌법 제24조와 공직선거법에는 국민의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지만, 1948년 이후 헤아릴 수 없는 선거를 치르는 동안 장애인 참정권은 온전히 보장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했으며 공직선거법 제6조(선거권행사의 보장)는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 의원은 올해 6월 진행한 제7회 동시지방선거를 예로 들며 “사전투표소는 전국 3,512개소였지만, 17.5%인 614곳은 장애인 접근이 아예 불가능했고, 수어 통역사 배치도 7.4%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든 투표과정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직접 참여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다음 선거인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장애인 참정권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대범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발달장애인)는 먼저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가 있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거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림과 쉬운 글로 제작한 선거공보물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도 투표 과정에서 아무에게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 투표할 권리가 있다”며 “손 떨림이나 기타사항으로 무효표가 생기지 않도록 투표칸 크기를 키우고, 공적조력인을 배치하라”고 말했다. 또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당 로고와 후보자 사진 등이 들어간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김지연 핸드스피크 사회적기업 대표(청각장애인)는 “선거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자는 많은데 수어통역사는 한 명이어서 누가 무슨 말 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농아 어르신이나 대부분 농인은 한글을 제대로 읽거나 쓰는 데 어려움을 느껴 사진을 보고 번호만 외워 투표하는 일이 생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장추련은 선거 방송에 나온 후보자 수에 따라 1인 이상의 수화통역사를 배치하고, 쉬운 말 자료나 수어제공 등 청각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는 선거공보물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지체장애인)는 “휠체어 타고 투표하러 가면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며 물리적 접근성 제한을 꼬집었다. 이어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다 해도 투표하는 곳이 높아 투표용지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왜 제대로 된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추련 측에 따르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의 사전투표 투표소 4개 중 1곳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들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기표소 폭을 확보하고, 휠체어 출입을 고려한 기표소 설치 및 출입문 폭 확대 등 정당한 편의를 보장하라고 밝혔다.
이날 장추련 등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개특위 위원에게 △모든 투표소 장애인 접근성 확보 △선거 관련 정보 장애유형에 맞게 제공 △투표과정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 △ 선거사무원 등 관련자 장애인지원에 대한 교육 강화 △모든 투표과정에서 장애인당사자 직접 참여한 권리 보장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 참정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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