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27.2%로 가장 많아…언어폭력 22.7%
중증·중복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2명 중 1명 이상이 아이가 특수학교에서 인권침해 또는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2일 발표한 ‘중증·중복장애학생 교육권 보장 실태 및 증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10월 15개 지체 특수학교 교사·관리자·학부모 등 총 7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중 55.2%가 자녀가 학교에서 구타나 성폭력, 언어 폭력 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인권위는 장애 학생과 특수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제고와 제도적 지원 모색을 위해 특수교사 282명, 학교 관리자 87명, 학부모 369명을 대상으로 장애학생 권리보장 현황, 인권 침해와 차별 실태, 교육 환경과 지원 요구 등에 대해 설문 및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인권침해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건 구타나 체벌 등 폭력(27.2%)이었고, 협박하고 조롱하는 식의 언어폭력(22.7%), 과도하게 장난을 친다거나 따돌리는 식의 괴롭힘(21.0%)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감각·신체·인지 등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갖고 있거나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중증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전반에 관한 실태 파악을 위해 진행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간 인권침해, 장애 차별에 대한 인식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자녀가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답한 부모는 50.9%였으나 같은 대답을 한 교사는 40.3%로 10%P 이상 차이가 났다. 아이가 차별을 당했다고 응답한 부모는 29.6%였던 것과 다르게 교사 중 동일한 답변을 한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한편 학부모·교사·학교관리자 총 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심층면담 결과, 장애 학생 교육의 문제점으로 ▲학교 보건 실태에 대한 우려 ▲턱없이 부족한 치료 지원 서비스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편의 시설 및 교육 환경 미비 ▲노후 시설 문제 ▲재난 및 안전 대책을 위한 안전시설 부족 ▲통학 지원 부족으로 가정에 대한 높은 의존도 ▲고가의 보조 기기나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 등이 지적됐다.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부분은 의료적 지원(석션·도뇨관·경관영양 등)이었다.
건강관리가 필요한 학생에게는 생존의 문제이지만 전문 인력이 없어 의료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고, 학교와 학부모가 이 부담을 모두 떠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난이나 안전사고 시에 학교 내 경사로 또는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의 경우 대피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중증·중복장애 학생에게는 일대일 지원이 필요하나 장애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지원인력을 배치해 교육활동이나 의료·건강지원은 물론 재난안전 대피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