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중요한 날들이나, 신경 써야 하는 날들엔 꼭 날짜를 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사 날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좋은 이사 날을 뽑을 때 “손 없는 날” 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냥 날짜만 받아서 이사 하신 분들도 한번쯤 의문을 가져보셨을 텐데요.
‘손 없는 날’ 에서 ‘손’ 은 뭘 말하는 걸까요? 여기서 ‘손’이란 사람들의 일을 방해하거나 따라다니면서 심술을 부리는 나쁜 귀신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즉 풀이해서 설명하자면 ‘ 손 없는 날’ 이란 ‘ 나쁜 귀신들 없는 날’ 쯤으로 해석되는 것이지요. 가뜩이나 복잡하고 힘든 이사인데, 쫓아다니며 방해하는 나쁜 귀신들이 없어야 일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 ‘손, 나쁜 귀신’ 들은 언제 있을까요?
‘손’들은 음력으로 1이나 2로 끝나는 날에는 동쪽에 있고, 3이나 4로 끝나는 날에는 남쪽에, 5나 6으로 끝나는 날에는 서쪽에, 7이나 8로 끝나는 날에는 북쪽에 머문다고 합니다.(동쪽부터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시계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이 ‘손, 나쁜 귀신’ 들이 없는 날은 언제 일까요?
음력으로 9나 10으로 끝나는 날에는 이 손들이 모두 하늘에 머물러 있어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나와 활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손 없는 날이란 음력으로 9나 10으로 끝나는 날들인 9, 10, 19, 20, 29, 30일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그럼 손 없는 날이라는 의미는 아시겠지만, 이사를 왜 손 없는 날에 하는 것일까요? 이는 바로 ‘손’즉 나쁜 귀신들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날짜에 따라 사방으로 옮겨 다니는‘손’들은 자신들이 머무는 곳에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물건들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새로 사람이 오거나 물건이 들어오면 훼방을 놓는 등의 심술을 부리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런 ‘손’ 들의 심술을 피하고자 이사를 하거나 가구를 옮기는 등의 일들은 손 없는 날을 택해서 하는 것 이지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손 있는 날에 이사를 해야 한다면 ‘손’이 머무는 방위를 피해서 최대한 ‘손’의 심술을 피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귀신들의 심술을 피하고자 날짜를 받다니,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사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나 이론적 배경도 없는 믿음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요즘에도 손 없는 날에 이사를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랍니다. 이삿짐센터가 가장 바쁜 날들도 이 ‘손’ 없는 날들이지요.
사주나 운세가 복을 받아들이고 화를 피하려는 기복신앙에서 연유하고 있듯이 ‘손 없는 날’을 택해 이사를 하는 것도 역시 사소한 일상을 행복하게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어차피 해야 할 이사라면, 만물이 평안한 날 하는 것이 기분이라도 더 좋겠지요?
<자료 : 산수도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