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총량 확대 없다면 결국 장애인 간 갈등 부추길 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아래 한국장총)이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결정하는 ‘종합조사표’가 여전히 기능 제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했던 현행 ‘활동지원 인정조사표’의 단점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총은 지난 17일 발간한 ‘월간 한국장총’ 375호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 대한 장애계의 우려를 살피고,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등급제 폐지를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와 대안을 모색했다.
한국장총은 “등급제 폐지 3차 시범사업 결과, 시각장애인만 유일하게 9.12시간의 활동지원 급여가 감소했다” 며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서비스가 집중적으로 감소하는 원인은 인정조사표의 기원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총은 “활동지원서비스 도입 당시 인정조사표가 노인장기요양 판정 도구를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하여 사회참여와 자립보다는 요양과 보호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며, “이는 익숙한 환경에서는 신체 기능상의 어려움이나 인지 능력상 장애가 발생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는 어려움이 큰 시각장애 특성이 유독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고 분석했다.
한국장총은 “요양과 보호 중심에서 신체 기능적 측면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과 장애인의 욕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했기에 장애등급제를 개편하려던 것이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등급제 폐지 이후 새로 도입될 종합조사표가 오히려 시각장애인에게 더 불리해졌다고 한국장총은 지적했다. 기능 제한이 클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고, 독거 등 추가급여도 기능 제한 정도에 비례해 서비스를 지원받도록 급여 계산 방법이 변화된 데다, 인지·행동특성에 대한 평가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장총은 “시각장애인의 경우 세수하기, 식사하기와 같이 반복적이고 단순한 ‘기본적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외출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타인의 도움이 부분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 점수 비중이 현행 활동지원 인정조사에서는 26.6%였으나 종합조사에서는 19.5%로 크게 감소해 시각장애인이 점수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한국장총은 분석했다.
또한, 기존 활동지원 인정조사에서는 시각기능과 청각기능이 각각 분리되어 최대 60점까지 인정받았으나, 종합조사에서는 두 가지가 ‘감각기능 복합평가’로 합해져 최대 20점까지만 반영된다. 이 때문에 시각기능 특성은 현재보다 1/3 수준으로 축소 반영되는 결과가 발생한 점도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한국장총은 지적했다.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일부. 식사하기의 배점 차이가 다른 지표에 비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장총은 기능 제한 지표 중 ‘식사하기’ 배점이 높은 것 역시 시각장애인에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았다. 현재 ‘식사하기’는 일상생활동작 기능 평가에 있어 가장 높은 배점인 60점을 차지한다. 식사하기 ‘일부 지원 필요’는 5점, ‘상당한 지원 필요’는 30점, ‘전적 지원 필요’는 60점인데, 이는 다른 조사항목의 배점 차가 주로 12~16점인 것에 비해 상당히 큰 폭의 배점 차이다. 이 때문에 ‘식사하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다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 서비스 평가에 있어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장총은 “시각장애인의 급격한 급여량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서 신체적 기능 활동 평가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며 시각장애인이 평균 이상의 어려움을 느끼는 영역을 우선 개선할 것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옷 갈아입기, 식사하기, 실내 보행 등 기본적 일상생활동작 영역 5개, 물건 사기, 교통수단 이용하기 등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영역 4개, 식사 준비, 정보 접근, 시각장애인 부부나 육아 중인 환경 등 기타 고려 필요 항목 5개 등 14개 항목이 있다.
한국장총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서비스 총량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총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은 장애등급에 따라 일률적, 기계적이었던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탈피해 개인별 환경을 고려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것” 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이용 가능한 자원의 총량이 확대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서비스 부적격 대상자를 가리거나 선착순 복지로 장애인 간 경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