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안보에 너와 내가 따로일 수 없다

박혁종 본지 대표

문재인 정부의 안보 철학을 읽을 수 있는 국방 개혁 방안이 발표됐다. 일단 가장 눈길을 가는 것은 군 복부 기간 단축, 그리고 군 개혁 문제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을 발표했는데, 북한 전면전 도발 시 평양을 조기에 점령한다는 계획은 빠졌다.
육군과 해병대는 21개월에서 18개월, 해군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세 달씩 공군의 경우 24개월에서 22개월로 두 달 줄어든다. 현재 436명인 장군도 360명으로 76명줄이고, 현재 61만 8천명인 전군의 상비 병력은 2022년까지 11만 명이 줄어든 50만 명으로 감축된다.
하지만 복무기간이 줄어들면서 전차병 등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보직들의 인력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되지만 국방부는 11만 명의 병력 공백을 대신해 부사관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첨단 장비 운용을 위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전문하사제도는 전체 수요의 80% 밖에 못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전문 부사관제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젊은이들이 확실히 군에 지원한다는 데이터나 통계 없이 섣불리 발표했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입대가 늦을수록 복무기간도 짧아지기 때문에 입영 연기가 몰릴 우려도 있다. 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지난 7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군 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정부의 이런 분위기 탓인가? 이날 맥아더장군 동상 왼쪽 다리부분이 빨간 화염에 휩싸였다. 점령군의 우상을 철거하고 미군을 추방하라는 현수막도 함께 내걸렸다.
반미단체인 평화협정운동본부 회원 3명은 이날 새벽 2시쯤 인천 송학동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에 불을 지르고 이날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또 평화협정운동본부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외친다. “맥아더는 역사상으로 전쟁광이다. 그런 전쟁광을 우리나라를 도와준 사람이라고 거짓 역사로 세워놨으니까” 당장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28일 오후에도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체포될 각오를 하고 불을 질렀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소방당국과 경찰이 나타나지 않았다.
스스로 자수하겠다. 했다. 그리고 자수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종로경찰서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곧바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북한이 요구하는 대남전과 같았다. “종전을 선언하라, 종전을 선언하라” 특히 이들은 당초 미국대사관을 포위하려 했지만 경찰에 막혀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우리 이제 새 시대의 걸맞게 미국과 적폐세력들을 무찌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기무사 해체, 종전선언 등을 주장 하면서 북한의 계속되는 종전선언 요구에 맞춰 진보 단체들의 반미시위가 이틀째 이어진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과격한 반미시위에 대해 엄단하거나, 엄단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소극적이라고 여겨진다. 미군 철수 등 과격 구호의 등장은 가뜩이나 이념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의 광화문 시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는 상대주의를 좋아한다. 내 것만 옳다고 고집하면 남들과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건전한 보수의 문화나 정체성, 기호를 배척하지 말고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민주적 삶의 지혜다.‘대학(大學)’ 8장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이 친하고 사랑하는 데에서 편벽되며, 천하게 여기고 미워하는 데에서 편벽되며, 두렵고 공경하는 데에서 편벽되며, 슬퍼하고 불쌍히 여기는 데에서 편벽되며, 오만하고 게으른 데에서 편벽된다. 그러므로 좋아하면서도 나쁜 점을 살필 수 있고, 미워하면서도 아름다운 면을 아는 사람은(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者) 세상에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이것이 감정 자체를 부정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에 휩쓸림으로써 다른 판단까지 마비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감정에 의해 가려지게 될 지도 모를 객관적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문득 현능(賢能, 자기의 재능을 드러내어서 자랑하다) 군민(軍民, 군대와 민간을 아울러 이르는 말), 재용(財用, 재물의 씀씀이), 번병(藩屛, 왕실이나 나라를 지키는 먼 밖의 감영(監營)이나 병영(兵營).), 전마(戰馬, 전쟁을 할 때 쓰이는 말. ), 교화(敎化,가르치고 이끌어서 그릇된 이를 바른길로 들게 하는 것. )라는 여섯 조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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