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특수학교 설립 법대로 해야 한다

“내 몸이 귀하다고 하여 남을 천히 하지 말고, 자기가 크다고 하여 남의 작은 것을 업신여기지 말고, 자기의 용기를 믿고서 상대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명심보감의 말씀이다.
1949년 제정된 대한민국 ‘교육법’은 홍익인간을 국가의 교육 이념으로 규정하였고, “공민(公民)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적임을 명시하고 있다. 홍익인간이라는 구절이 우리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홍익인간의 이념,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이 잘 구현되어 왔는지, 구현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제4조(교육의 기회균등) “①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홍익인간이라는 고전 명구의 의미를 살피다 보니, 뜻밖에 우리 시대의 공익, 민주, 공교육 등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와 서초구에 설립 중인 특수학교 설명회를 열었지만 자기 지역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설명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57위라는 위기의 나라가 아닌가 걱정스러워진다.
이는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특수학교 설립 설명회는 시작 전부터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20여명의 주민들은 “협의 없이 진행되는 설명회를 인정할 수 없다” 면서 “사전에 공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위를 벌였다.
조희연 교육감이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는 몸싸움으로까지 번졌고, 설명회장 안에서도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 사이에 욕설과 고성이 오가면서 설명회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또 주민들은 장애학생의 학부모들이 강서구 사람이 아니라며 퇴장을 요구하는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해달라며 ‘무릎 호소’ 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교육청과 학부모, 지역 주민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다.
조 교육감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 설립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특수학교 만드는 것을 포함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를 향해서 저희 교육청이 어렵더라도 뚜벅뚜벅 가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시공업체를 선정한 후 오는 6월 말 학교 설립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주민 반발이 거세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행복한 사회가 가진 인간관계 특성 중 하나는 느슨한 관계와 긴밀한 관계 사이의 구분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나라들을 여행할 때 한국 사람들은 가끔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친근하게 말은 거는 사람, 툭툭 치며 농담하는 사람, 먹던 빵을 뜯어 건네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이전에 어디서 만났던 사람인가’라는 착각을 순간적으로 줄 정도로 친근하다. 상대가 누구든 쉽게 다가서서 서로 대화하며 농담하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인간적 모습이 부러울 때가 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장애자식을 둔 부모님들은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짓눌린 채 살아가고 있다. 그분들의 시간은 아이가 성장해 가면 갈수록 두려움과 분노의 시간이 짙어진다. 세상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부모 형제들께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우리나라는 복지국가이니 너무 걱정 말라’ 그러나 그들은 이 말들을 믿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떠나면…. 죽어서도 한이 되는 법인데, 장애 아이들의 부모들의 심경은 그저 참담할 뿐이다. 그분들께 툭 던진 이런 한 마디는 비수와 다를 바 없다.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보면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다. 아이의 부모님들은 아직도 슬픔과 죄책감에 깊이 잠겨 있다. 이분들께 차가운 말보다는 따듯한 위로와 응원의 말 한 마디를 건네야 할 때이다.
이와 같은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주어진 권한은 남에게 잠시 빌린 것에 불과하다는 가정(稼亭)의 말을 곱씹게 되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크게 보면, 어차피 우리의 삶도 잠시 빌려 쓰고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애아동 학교 설립을 지켜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빌려 쓰는 말과 수레를 마음 내키는 대로 몰다가 미덕이 근본 중에 하나인 이 나라와 선조들에게 죄를 입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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