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 570여 선수들이 참가해 6개 종목,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을 펼쳤던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지난 18일 밤 폐막식을 열고 열흘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우리 선수단, 목표했던 종합 10위에는 못 미쳤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폐막식은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는 주제로 선수들의 불굴의 의지를 담았다. 우리 선수들의 활약으로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16위를 차지했다.
크로스컨트리의 신의현이 메달 레이스를 주도하면서 우리 선수단 전체 3개의 메달 중 2개를 혼자 따냈다. 어제 벌어진 크로스컨트리 7.5㎞에서는 1992년 첫 출전한 알베르빌 대회 이후 26년 만에 값진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 3위, 우리 장애인 아이스하키팀도 연일 감동의 드라마를 그렸고, 한일전에서 호쾌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터진 장동신의 짜릿한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꺾고 사상 첫 동메달 획득에 성공하기도 했다.
올림픽 ‘팀 킴’에 이어 오벤져스 열풍을 일으켰던 휠체어 컬링팀도 패럴림픽의 주인공이었다. 메달 색깔을 떠나 36명의 우리 선수들 모두 신체의 불편함을 딛고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한 것은 그들의 불굴의 의지가 빚어낸 감동이었다.
하지만 이 빛났던 순간순간들을 국민들은 함께 감동하지 못했다. 국내 방송사들이 패럴림픽 대회를 주요 편성에서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KBS, MBC, SBS 공중파 3사가 초기 평창 동계패럴림픽 대회에 편성한 중계 시간은 약 20시간 안팎이었다. KBS는 25시간, MBC는 18시간이었으며 SBS가 그나마 가장 많은 32시간을 편성했다.
이는 해외 주요 방송국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미국 NBC의 경우 패럴림픽 중계에 총 94시간을 편성했으며, 프랑스 FT가 100시간, 일본 NHK가 62시간을 편성했다. 최초 편성계획에서 가장 적은 시간을 배당한 MBC와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 많은 시간을 패럴림픽에 투자한 것이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방송들도 패럴림픽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더 많은 중계방송 시간을 편성해 줄 수 없는지 살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KBS가 먼저 25시간에서 34시간으로 확대편성을 결정했고 다른 방송사들도 뒤를 따랐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애국가 제창에서 느낀 감동을 이제는 우리가 보답해야 할 때다. 스노보드에 출전한 박항승 선수 부인의 열정적인 응원이 더 이상 화제가 아니라 일상의 일로 여겨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올림픽과 함께 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하는 취지는 장애인 복지 수준을 향상시켜 사회 전반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2018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로 바뀐다면 대회를 치르느라 들어간 예산을 제대로 쓴 것도 된다. 평창 장애인올림픽에서 참가 선수의 인간승리에 박수 치는 것 못지않게 이 대회를 전 세계에 한국의 장애인 복지 수준과 성숙한 국민의식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처럼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평창 패럴림픽 영웅’들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잠시 잊었던 소외감, 보이지 않는 차별, 세상의 무관심과 다시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패럴림픽은 ‘나란히(para)’라는 그리스어 접두사와 올림픽의 합성어”라고 설명한다. 장애인과 비(非)장애인이 함께 하는 ‘열린사회’를 이뤄나가는 게 ‘패럴림픽 정신’인 것이다. “평창 대회 기간에 보여준 국민의 성원과 격려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우리 선수들의 염원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민낯 드러낸 복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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