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보편성 -이영춘

하늘은 참 파랬는데
어머니는 이른 봄날 아침
옆 집에 돈을 꾸러 갔다
객지에 나가 있는 막내아들 학비 때문에

옆 집 사립문으로 들어가는 어머니의 등허리는
여느 날보다 더 구부정하게 보였고
길가는 사람들은 흘금흘금 곁눈질로 괴상한 짐승 보듯
훔쳐보며 지나갔다

아들은 멀뚱멀뚱 길가에 서서
그런 어머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작정 서서 기다리고
어머니는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기를
치마 섶으로 훔치면서 사립문을 나오고 있었다

아들의 손을 덥썩 잡은 어머니의 손,
손은 꽁꽁 언 빈 가슴이었다
포개진 두 손등 사이로
뜨겁게 떨어지는 물방울

아침 햇살은 두 손등 위에서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 이영춘
· 평창 봉평 출생
· 전 원주여고 교장
·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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