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겨울 용달차- 이 영 춘

쌩쌩 바람 부는 겨울 날
용달차 한 대
사과궤짝 같은 장롱 하나 이불 보따리 하나
남루한 거적에 덮여 내 앞에서 달리고 있다
어디로 가는 누구의 이삿짐일까
가난이 뚝뚝 빗물처럼 흐르는 용달차 위에
허리 휜 햇살이 이 빠진 노인처럼 기웃거리는데
더 값싼 전세 집 찾아
저 용달차는 쌩쌩 겨울 바람을 가르고 있다

단 한 벌의 숟가락과
단 한 벌의 밥그릇이
햇살 같은 희망으로 달그락거릴 것 같은데
오래 전에 달그락거리던 빈 광, 빈 항아리를 긁던 한 여자의
실루엣이 지금 저 용달차에 겹쳐 달리고 있다

대륙의 강 하류에서
강 상류로 달리던 말발굽 소리,
그 소리 아득히 먼 전설로 흘러가고
지금 내 눈앞을 스쳐가는 저 이삿짐 용달차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강 하류로 흘러가는 한 떼의 바람 같은 것,
물길 새로 트는 울음소리 같은 것,
나는 그 울음소리 뒤편에 오래도록 머물러 서서
귀 먹먹한 바람소리로 울고 있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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