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고용 개선을 위한 정책포럼’을 열고 장애인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보건복지부의 ‘2014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38.5%가 사회·국가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소득보장’을 꼽았다. 이어 고용보장과 의료보장이 꼽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실시한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37.7%로 비장애인의 60% 수준이며, 장애인 고용률 역시 34.8%로 비장애인 고용률 57.1%에 비해 낮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 경제활동지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고용률은 61%인 반면, 장애 인구의 고용률은 36.1%로 절반 수준이다.
특히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체 인구의 경우 63.3%지만, 장애 인구는 38.5%로 기초생활수급권자나 그보다 더 열악한 상태에 있다.
더불어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아니 한다’고 명시한다.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임금조차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국장총은 “실태조사 결과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고용보장 문제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드러났다”며 “중증 장애인의 안정된 직업생활과 고용보장은 그 어떤 소득보장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분절된 지원체계로 제한 된 복지-고용 정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김용탁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장애인 고용과 복지서비스 지원의 관련 부처가 나눠져 있는 데 따른 문제를 지적했다. 부처간 연계가 부족해 이에 따른 복지와 고용서비스의 분절, 서비스 중복 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와 고용서비스를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공단 등에서 제공한다” 며 “하지만 고용서비스 미이용 등 실제 서비스 이용에 대한 세부적인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파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주민센터, 구청, 복지관 등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 기관에서 제공하는 것은 ‘복지 수혜’에 관련된 내용뿐이다. 가령,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경우 관련한 급여 정보만 제공할 뿐, 이 밖에 관련 서비스에 대해 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며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이 고용·일자리·훈련 등과 같은 서비스 제공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고용 관련한 정보제공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복지서비스 제공시 고용서비스 내용까지 포함해 제 해야 하는 제도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뿐만 아니라 고용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은 ‘경증’인 경우로 집중돼, 중증 장애인은 근로능력 평가에서도 배제되는 등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 받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중증 장애인의 경우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이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수급 유지와 관련된 내용” 이라며 “근로능력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병원에서의 물리적 평가에 그치고 있어 평가 자체가 매우 제한적” 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17조에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중증 장애인을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서 제외하고 있어, 근로능력 평가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현실이다.
김 연구위원은 “물리적 장애가 근로능력 장애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기관을 통해 근로능력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며 “또한 근로능력 평가 확대로 복지서비스 대상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일하고 있는 장애인의 경우 장애 특성상 건강 악화 등의 문제로 의료서비스가 필요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했던 경험 유무에 상관없이 일하는 과정에서 장애의 악화, 건강 악화 등의 두려움으로 일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며 “노동시장 진입 이전부터 진입 이후까지 건강문제를 계속해서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욕구 반영하는 방안 모색해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이종성 사무총장은 복지, 고용의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절된 구조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 해소 ▲직업재활시설 개념·역할을 명확히 하고 전문서비스 제공 ▲소득보장 ▲중증·노령 장애인의 고용욕구에 대한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 사무총장은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개발원, 고용노동부-한국장애인고용공단, 중소기업청-장애인기업지원센터 등 분절된 구조에서 제한된 정보 획득 등 발생하는 사각지대 해소를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정부와 장애계가 진행하고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정부가 장애인에 개별화 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 이라며 “맞춤형 서비스가 복지서비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영역까지 확대돼 종합적인 서비스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등 장애인과 관련된 전체 영역을 아우르는 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매년 실시하는 장애인고용현황에 대해 “‘고용률’이라는 수치에 얽매여 고용의 질적 문제를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며 “그동안 진행된 장애인 고용정책은 매년 발표되는 장애인 고용률이 몇 %인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직업재활시설에서 월급 5~10만 원에 불과한 근로자가 고용인원에 포함돼 장애인의 고용실적을 채우기도 한다” 며 “훈련의 기능보다는 ‘몇 명을 고용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에 고용률 채우기에 급급해 고용의 질적 문제를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직업재활서비스의 개념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직업재활’이라는 전체과정에 전문화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이 과정에 참여하는 장애인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훈련수당을 비롯해 근로에 따른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총장에 따르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이 8,000여 억 원이 적립됐고, 최근 기금을 활용해 장애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의 실업을 담보로 만들어진 기금이 과다하게 누락된 원인은 정부가 장애인을 위해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고, 장애인 고용의 관련 사업을 소홀히 하고 있는 셈” 이라며 “당장 있는 기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 직업훈련수당은 고용기금의 재원을 통해 확보하는 등 국가사회 전반의 자원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 점차 늘어나고 있는 중증 장애인과 노령 장애인의 고용 욕구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경증 장애인 위주의 고용정책으로는 현재 장애인 고용률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며 “이에 따라 중증 장애인과 노령 장애인의 직무영역을 개발하고 생산성 저하에 따른 임금차별을 정책적으로 보호·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증 장애인 인턴제, 근로지원인, 근로보조인 지원확대 등을 통한 고용유지와 고용안정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