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동차보험처럼 장애인 전동휠체어도 보험가입이 의무화된다. 보험료 일부(또는 전액)는 정부가 지원한다. 자필서명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통장 및 신용카드 발급이 쉬워지고, 은행자동화기기(ATM)의 폭도 10㎝ 늘어나 휠체어가 들어가는 공간이 넓어진다. 또 금융회사, 특히 보험사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상품 가입을 거절해선 안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단체 등과 장애인 금융이용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장애인 금융이용 제약 해소방안’을 논의·확정했다.
◇장애인 78% 보험상품 가입거절 경험…생활위협
앞서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장애인 1천192명과 대면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보험상품 가입·이용이 불편하다는 응답 비중이 가장 높고(77.8%), 예금·대출·신용카드 가입시 서류작성 및 본인확인 어려움 등으로 금융이용에 제약이 크다고 답이 많았다. ATM 이용자 중 55.0%는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난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금융회사의 장애인 차별 대우가 여전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 장애인차별 금지규정을 명시하고, 이를 내규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앞으로 보험사 등 금융회사는 자기확인이 어렵다거나, 정신질환 병력 등을 이유로 상품가입을 거절하지 못한다.
더불어 장애인 보험 상품이 미흡해 불의의 사고시 경제적 위협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기관 합동으로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보험상품 개발에도 나선다. 가장 먼저 ‘전동휠체어 등 전동보장구’에 대한 보험이 출시된다. 장애인이 전동보장구(2015년 기준 9천962대)를 운전하다 사고가 나더라도 현재는 이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전무하다.
이에 전용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전동보장구에 대한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2곳의 손해보험사와 관련 상품을 논의 중이다.
보험료는 장애인들의 보험료 납입에 대한 경제적 부담 우려 해소를 위해 보험 가입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나 일부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한다. 관련법안 개정안(장애인 보조기기법)이 국회 복지위에 상정된 상태다.
◇통장·신용카드 대리인 발급 가능…ATM기는 폭 넓혀야
자필서명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통장이나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진다. 카드발급은 대리발급이 가능토록하고 녹취나 화상통화로 본인 의사를 확인 받도록 하고, 무통장 및 현금카드는 대리 발급이 가능하도록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할 계획이다. 농아인의 경우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통한 본인인증이 어렵고, 친족이 아닌 생활보조인의 경우 대리인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본인확인 단계에서 거절되는 경우도 있었다.
절반 이상의 장애인들이 ATM기 이용에 불편을 호소함에 따라 ATM기 사용공간 및 활용에 관한 규정도 손본다. 앞으로 은행 등 모든 금융사들은 ATM 아래쪽에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을 45㎝(현행 20㎝)로 확대하고, ATM기 사용폭도 10㎝ 늘린 80㎝로 바꾸어야한다. 사용폭을 늘림에 따라 ATM기 보급대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 장애인용 ATM기도 모두 교체 대상이다. 터치스크린 각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용 ATM기는 38만485만대로 보급 비중이 88%에 달한다.
면세요건을 완화해 장애인 신탁도 활성화한다. 갑작스런 자금 소요에도 현행 세지지원 요건이 원금인출을 막아놓고 있어 신탁 재산 중 의료비, 교육비 인출시 증여세(감면분) 반납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내년 4월 시행된다.
이밖에 은행들은 장애인에 특화된 안내·상담 서비스 등을 확대해야하고, 각종 금융회사 연수시 장애인 상담 예절을 반드시 이수해야한다. 보험금 수령이 용이하지 않은 장기요양보험을 개선하고, 정신질환 진료기록으로 보험가입 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보험사 내규에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오늘 방안 발표가 일회성에 그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실제 금융현장에서 시행되는지 점검하고,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개선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