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기다림’ 더는 길어져서는 안 된다”

‘3대 적폐 폐지’ 촉구 농성 투쟁 장애계 단체
‘부양의무제 단계적 완화’는 말장난…장애·빈민계 청와대 앞 긴급 농성 돌입
공동행동, “완화안 들으려고 지난 5년간 농성한 것 아니다”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오는 21일로 농성 5주년을 맞이하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긴급 농성 투쟁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년간의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대한 계획을 알리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년)’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된다. 그러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선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에 한해서만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즉, 시민사회계가 줄곧 요구해온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아니라 결국 단계적 완화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양의무자 가구와 수급자 가구 모두에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는 2017년 11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후 모든 수급자 가구 중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소득 하위 70% 가구는 2019년 1월부터, 노인 포함 소득 하위 70% 가구는 2022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공동행동은 “완화안을 들으려고 지난 5년간 농성한 것” 이 아니라면서 14일 오후 청운동사무소에서 청와대 들어가는 길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선포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회장은 “단계적으로 완화한다고 정부가 말장난하고 있다. 우리가 춥고 무더운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투쟁한 게 며칠인가. 그 장난에 가만있을 수 있나. 부양의무자 기준은 당장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릴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하지 않았나. 정말 해야 할 일을 진짜 좀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으로 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자며 청와대 앞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에 가로막혔고 이들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라. 가서 구호만 외치고 오겠다”며 경찰의 진입 통제에 항의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복지부 발표 후 언론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고 보도됐다. 이건 폐지하겠다는 게 아니다. 정부가 양심이 있으면 ‘이건 폐지가 아니다’라고 밝혀야 한다” 면서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항의했다.
공동행동은 저녁 6시 30분경, 종로복지관 앞에서 농성 돌입 천막을 설치했다. 이들은 오는 18일, 광화문농성 5주년 집중투쟁으로 1박2일 간 광화문광장에서 ‘3대 적폐 완전폐지 촉구 광화문농성 5주년 집중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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