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박혁종 - 본지 논설위원
박혁종 – 본지 논설위원

가장 좋은 것은 부끄러운 행실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 다음은 부끄러운 행실이 적은 것이다. 그 다음은 부끄러운 행실을 없애는 것이다. 그 다음은 부끄러운 행실이 부끄러운 것인 줄을 아는 것이다. 그 다음은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가장 나쁜 것은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조차 아예 없는 것이다. 무릇 사람의 걱정은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조차 아예 없는 것보다 심한 것이 없다.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조차 아예 없으면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하지 못하는 짓이 없으면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게 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시초는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는 데에서 시작된다.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말과 행동이 가끔은 부끄러운 행실을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미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또 부끄러운 행실이 부끄러운 것인 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부끄러운 행실이 부끄러운 것인 줄을 알았다면 또 부끄러운 행실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부끄러운 행실이 있는데도 부끄러운 것인 줄을 알지 못하면, 부끄러운 행실이 있는 데에서 끝나게 된다.
부끄러운 행실이 부끄러운 것인 줄을 알면서도 부끄러운 행실을 없애지 않는다면, 역시 부끄러운 행실인 줄을 알아서 부끄러운 행실을 고칠 수가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 귀한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행실이 부끄러운 것인 줄을 아는 것이 귀한 것이며, 부끄러운 행실이 부끄러운 것인 줄을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행실을 제거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을 따져 보아서 이렇게 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거의 제대로 된 사람이다.
부끄러운 행실을 없애고 없애어서 부끄러운 행실이 적게 하는 데에 이르고, 부끄러운 행실을 적게 하고 적게 하여서 부끄러운 행실이 없는 데로 나간다면, 이런 사람은 정치가이다.
집약하면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사람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부끄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치고 어느 누가 부끄러운 행실이 없을 수 있겠는가.
예전의 정치가들 가운데에는 한평생 내내 자신의 행실을 단속하면서 마음공부에 매진한 분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조차도 항상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고 자신의 행실을 부끄러워하면서 자신의 행실을 고치려고 하였다.
오늘날처럼 복잡한 세상 속에서 아등바등하면서 살아가다가 자신의 행실을 혼자 가만히 되돌아본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부끄러운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질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나 자신의 평소 행실을 돌아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점이 많다.
크게 행한 부끄러운 행실을 거론할 것도 없이, 우선 이런 글을 쓰는 것만 해도 참으로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이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에 떳떳하지 못한 행실을 한 경우가 숱하게 많다. 그런 처지이면서도 글을 쓸 때에는 매번 나 자신의 행실은 돌아보지 않은 채 남들의 잘못된 행실에 대해서는 매섭게 따지면서 비난한다. 그리고 걸핏하면 성인들의 말을 끌어대고, 선현들의 시를 인용하면서 그들을 본받으라고 한다.
돌아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부끄러운 짓을 하면서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있다. 내가 비록 이렇듯 부끄러운 짓을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나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면서 잠시나마 나의 마음을 다잡는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다잡은 마음을 비록 꾸준하게 견지해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얼마간은 이를 실천하고자 애쓴다.
잠시나마 나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보면서 마음을 다잡아 행실을 고쳐 나가다 보면, 나 자신의 부끄러운 행실을 조금이나 줄여서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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