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立夏)는 곡우와 소만 사이에 위치하는 절기로, 1년 24절기 중 일곱 번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보통 입하일은 어린이날인 5월 5일이나 5월 6일에 위치하게 되고요. 입하는 설 입(立) 자에 여름 하(夏) 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름을 앞둔 절기이다 보니 ‘초여름’이라는 뜻을 가진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로 입하를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입하를 전후하여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게 되며, 이제 봄은 지나고 여름이 시작됨을 몸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지요.
이처럼 입하가 되면 날씨가 화창하다 보니, 입하를 전후한 시기는 농작물의 생장이 아주 빨라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날씨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잡초 또한 자라게 만들기 때문에 과거에는 입하가 되면 잡초를 제거하는 행사를 권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여하튼 입하는 일교차가 큰 시기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날씨가 안정되기 때문에 천지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입하는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점차 더위가 빨리 시작되는 추세이니 입하에 벌써 7월초의 날씨를 보이기도 합니다. 여름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입하의 더위가 비단 현재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는 가 봅니다. 고려 때의 입하 날에 임금님에게 얼음을 진상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니까요. 그만큼 입하의 더위가 만만치 않았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입하에는 나뭇잎의 푸름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이때쯤 시골 나무에 흔하게 있는 이팝나무는 하얀 꽃을 피우는데요, 그 꽃이 흰 쌀밥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이 꽃이 한꺼번에 잘 피어나면 그해에는 풍년이 들고, 그 꽃이 신통치 않으면 흉년이 들 징조라고 여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이 이팝나무를 쌀밥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였고요.
그런가 하면 입하는 차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은 곡우 때 채취하여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라고 해서 최상품으로 여기는데, 입하 무렵에 만든 차도 이에 못지않은 것으로 칩니다. 그래서 입하까지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차를 삼촌차, 삼첨 등으로 부르고 입하 후에 만든 차를 사춘, 난청, 장대라고 부르며 이를 통칭하여 입하차라고 부르며 우전차에 못지않은 좋은 차로 분류합니다.
입하가 되면 당장 갑작스러운 더위에 짜증도 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럴 때 이열치열의 마음으로 따듯한 차를 한 잔 마시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여름이라면, 그 누구도 피해가지 않는 더위라면 그러한 자연 현상을 향하여 화를 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을 테니까요. 내가 더우면 다른 사람도 더울 것이라는 마음을 가져 보도록 하세요. 이럴 때 쌓인 배려의 마음과 인내의 성정이 정말 더운 여름날을 견디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료 :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