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大暑)는 소서 다음에 위치하는 24절기 중의 하나로 열두 번째 절기에 해당합니다. 큰 더위라는 한자어에서도 알 수 있듯 대서 이후 20여일은, 그러니까 양력으로 7월 말에서 8월 초에 해당하는 시기는 1년 중 가장 무더운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서는 1년 중 가장 큰 추위를 의미하는 대한으로부터 꼭 6개월이 되는 날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너무 춥다고 호들갑을 떨고 6개월이 지나면, 또 그만한 호들갑으로 너무 덥다고 말을 하게끔 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대서는 양력으로는 7월 22일이나 7월 23일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를 전후하여 첫 번째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흔히 우리가 말하는 ‘불볕더위’나 ‘찜통더위’라는 말을 수시로 듣기 시작하게 됩니다. 전국 대부분이 30도를 넘게 되고, 남부 지역에서 폭염주의보가 발생하는 등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대서일의 연례 행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서 즈음의 더위를 ‘삼복더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삼복더위는 초복, 중복, 말복의 세 절기가 들어서는 시기의 무더위를 이르는 말인데 보통 초복은 양력 7월 11일에서 19일 사이에 위치하며, 이때가 바로 24절기 중 소서와 대서의 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초복으로부터 열흘 간격으로 중복과 말복이 자리를 잡게 되며, 말복이 지나가면 열대야 등은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는 견딜만한 시기가 오게 됩니다.
그만큼 햇빛이 강한 시기이니 벼를 비롯한 모든 작물이 잘 자라는 것이 또 바로 대서 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 함께 논두렁의 풀들도 엄청나게 자라나는 때니 풀을 열심히 베어줘야 할 것이고요. 콩이나 팥, 고구마 등의 밭작물이 이때 풀을 메고 북돋아 줘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고온 다습한 날씨 때문에 생기는 병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벼에 드는 문고병 혹은 몽고병은 벼에 바람이 통하지 않는 경우 줄기가 썩어 들어가는 병으로 대서 시기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서가 들어 있는 음력 6월은 보리나 밀은 물론 한창 과일이 수확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요즘이야 비닐하우스 덕에 사시사철 여름 과일을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제철에 나는 과일의 맛을 따라 잡을 수는 없지요. 큰 비가 없고 가뭄의 기간이 긴 경우에는 보통 수박의 맛이 아주 좋습니다. FTA다 뭐다 해서 엄청난 양의 과일이 싼 가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제철에 나는, 그리고 우리의 땅에서 나고 자란 과일을 먹는 것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좋은 길이겠지요.
대서가 지나고 나서도 한 달 정도는 그야말로 더위와의 전쟁의 기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에어컨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부담감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집들도 많을 테고, 또한 환경을 생각해서 에어컨의 가동을 최소화 하면서 여름을 버티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과일을 제철에 먹는 것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처럼, 더운 여름에는 적당히 그 더위를 참고 견디는 것 또한 일종의 순리일 것입니다.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더위라는 것이야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환경오염이 극에 달한 지구는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할 정도라고 하지요. 대서, 큰 더위를 맞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일 것입니다.
<자료 :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