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는 망종과 소서 사이에 위치하는 24절기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일은 양력 6월 21일이나 6월 22일에 들어서게 되고요. 24절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여름의 하지나 겨울의 동지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 하지에 낮이 가장 길어지는데, 이 때문에 모두들 쉽게 기억을 하는 것이지요. 평균적으로 하지의 낮 길이는 14시간 35분 정도라고 하고요. 이러한 하지날이 되면 북극 지방의 경우에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게 되며,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하지는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더위가 좀 더 빨리 오기 때문에 하지일에는 이미 여름의 문턱을 넘어 더위로 허걱거리게 되지만요. 그렇다고 해도 하지일까지는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면서 지표면의 온도가 떨어지니, 그나마 버틸 수 있습니다. 물론 빨라진 더위 탓에 에어컨 가동 등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서 국가적인 비상사태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게 되기는 하지만요.
게다가 보통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기간인 하지 때까지 비가 적게 오면 옛날에는 기우제를 지내고는 했습니다. 동네의 이장이 주관을 해서 개나 돼지를 잡아 그 머리를 물속에 넣고는 하였지요.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요즘에도 이 시기에 극심한 가뭄이 들거나 하면 모내기 때를 놓쳐 농민들이 울상이라는 뉴스를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이러한 때는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마음속의 기우제를 드리게 되지요.
다른 절기와 마찬가지로 하지가 되면 준비해야 하는 농사 작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주로 비료를 뿌리고 벼의 병충해 방제 작업에 들어가야 하지요. 더불어 가뭄을 피하기 위하여 물을 대는 작업과 함께 곧 들이닥칠 장마에 대한 대비 또한 하지가 되면 시작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메밀파종, 누에치기, 감자캐기, 고추밭매기, 마늘캐기 등이 바로 하지 즈음에 해야 하는 농사일들입니다.
하지와 관련해서는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이제 하지가 지나고 나면 장마가 되는데, 이때는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이런 속담이 나온 것이지요.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하지 전에 모내기를 해야 벼의 생장이 좋고, 시간마다 그 크기가 다를 정도로 모가 성장을 한다는 의미로 이런 속담이 생긴 것이지요.
자칫 이런 하지를 즈음하여 가뭄이 시작되면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 되고는 합니다. 도시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난리가 나고, 농촌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게 되지요. 물론 이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장마가 시작되면 또 물난리로 인하여 시름이 깊어갈 수도 있겠지만요. 인간이 자연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자연은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오만하게 굴어도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불하받은 땅과 기후에 따라 일희일비할 뿐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기가 바로 하지일 수도 있겠습니다.
<자료 :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