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穀雨)는 청명 다음에 들어서는 절기로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에 해당합니다. 봄에 있는 절기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곡우 또한 농사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절기이며, 곡우일은 양력 4월 20일 혹은 4월 21일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 곡우를 전후하여 농사를 짓는 데에 필요한 비가 온다고 해서 곡식 곡(穀) 자에 비 우(雨)자의 곡우로 절기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비 우(雨) 자가 들어간 절기답게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 라는 속설도 있습니다.
곡우일은 특히 벼농사의 파종을 하는 날로 많이 삼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곡우에는 죄인도 잡아가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워낙 일손이 딸리게 되니 큰 죄인이 아니면 그 법의 집행도 늦출 지경이었다는 말이겠지요. 볍씨 소독과 못자리 만들기를 비롯해서 곡우 무렵에는 시금치나 배추와 같은 봄채소의 파종 등으로 무척 바쁜 시기이죠. 또한 곡우 무렵에는 볍씨를 담갔는데, 상가에 들르는 등 뭔가 부정이 탈만한 일을 하고 난 다음이라면, 불을 쬐어 악귀를 태운 후에 정갈히 씻고 난 다음에 볍씨를 담가야 농사를 망치지 않는다고 보기도 하였습니다.
곡우 무렵은 또한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라도나 경상도, 강원도 등에서는 이 무렵 깊은 산이나 이름 난 산으로 곡우물을 마시러 가는 풍습도 있습니다. 주로 자작나무나 산다래 또는 박달나무 등에서 채취를 하여 먹는데, 이를 두고 전남에서는 다래물, 전북에서는 거자수물 또는 고금물, 경북에서는 약물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곡우물은 비가 자주 오는 해에 마시면 맛이 덤덤한 편이고 그 효과도 덜 하다고 합니다. 날이 가물거나 비가 적은 곡우 무렵이라면 곡우물이 더욱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대신 거둘 수 있는 물의 양은 적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경칩 무렵에 먹는 고로쇠물은 여자에게, 그리고 곡우물은 남자에게 좋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곡우와 관련한 여러 속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날 부부가 잠자리를 하게 되면 땅의 신이 질투하여 농사를 망친다고도 하고요. 이날 무명을 갈거나 물을 맞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철 더위를 덜 타고 신경통도 낫는다고 하고요. 경기도 김포 같은 곳에서는 곡우가 지나면 나물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나물을 장만해서 먹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곡우를 전후한 시기는 날씨가 무척 변덕스러운 때이기도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황사로 인한 피해가 많을 수 있지요. 황사가 해를 가리니 농산물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고, 기관지염이나 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황사가 나쁜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금속에 잔뜩 오염된 황사만 아니라면 식물의 영양분이라고 할 수 있는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포함되어 있으니 식물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토양의 산성화를 막는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자료 :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