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은 입춘이 지난 다음에 들어서는 절기로 놀랄 경(驚)자와 숨을 칩(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4절기 중 세 번째의 절기로 보통 양력 3월 5일 또는 3월 6일에 들어서게 됩니다. 말 그대로 겨울잠을 자며 숨어 있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일어나는 때가 경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칩은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물이 괴어있는 곳에 알을 까기 시작하는 절기라고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처럼 개구리가 알을 낳듯이 1년 농사를 준비하는 분들은 경칩이 되면 부지런히 서둘러서 씨를 뿌리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조선 왕실에서는 왕이 직접 농사의 모범을 보이는 선농제를 열기도 하였는데, 경칩이 지난 후 들어오는 길한 해일(亥日)에 열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이와 함께 이때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동물들이나 자라나는 풀들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불을 놓는 것을 금지하기도 하였습니다.
경칩에는 흙을 가지고 하는 일을 하면 좋다는 속설도 전해집니다. 그래서 경칩에 흙벽을 다시 바른다거나 흙담을 다시 쌓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이 무렵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의 울음소리로 한 해의 좋고 나쁨을 따져보는 ‘개구리 울음 점’이라는 것도 있었으며, 경칩을 즈음하여 자라고 있는 보리싹의 성장 상태로 길흉을 점치는 ‘보리싹 점’이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또한 경칩에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마시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전남 구례의 송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이 특히 유명하였으며,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부는 날보다는 맑은 날 얻은 수액이 더욱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경칩은 자연이 저절로 때를 알아서 움직이는 시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자연의 변화에 맞춰서 사람들 또한 움직이는 시기이기도 하였습니다. 과학이 그리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이처럼 자연의 시계와 사람의 시계를 맞출 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사시사철 푸른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다고 하여도 제철에 나는 채소가 가장 좋으며, 지구 반대편에서 나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여도 자신의 고장에서 자란 과일을 먹는 것이 가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법입니다. 자연의 돌아가는 시계에 우리 몸의 시계를 잘 맞추는 것,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에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료 : 산수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