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규정된 장애 유형이 아니란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등록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상위법에 따른 행정입법에 불과한 시행령이 장애인의 범위를 제한적, 한정적으로 정해 놓아 중증장애가 있는데도 국가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한 것은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2부(이균용 부장판사)는 중증 틱 장애(투레트 증후군)가 있는 이모(24)씨가 양평군수를 상대로 “장애인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틱 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얼굴이나 목 등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운동 틱), 이상한 소리를 내는(음성 틱) 증상이다. 이씨는 13살에 병원에서 투레트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대형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친구들과 대화하던 중 괴성을 지르거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생님에게 욕을 내뱉기도 했다. 집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는 통에 아파트 이웃 주민의 민원이 제기됐다. 부모는 결국 주택가를 찾아 경기도로 이사했다.
성년이 된 이씨는 심리적 발달장애 등의 판정을 받아 군대 복무도 면제됐다. 틱 장애 때문에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했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양평군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양평군은 신청서에 장애 진단서가 빠졌다며 반려했다. 이 씨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틱 장애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씨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반되므로 이에 기초한 장애인 등록신청 거부는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는 한정된 재원을 가진 만큼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법 적용 대상으로 삼아 우선 보호하도록 한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 씨보다 일상생활 제약이 상대적으로 중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들도 시행령에 따라 장애인으로 등록될 수 있는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틱 장애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얻는 제약이 더욱 중대한데도, 시행령에 틱 장애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 씨가 법적 장애인으로 등록받을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행정입법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로 인해 이 씨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정되며 이는 헌법의 평등규정에 위반돼 위법하다” 며 양평군의 신청서 반려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틱 장애’ 규정 없다고 장애인 등록 거부는 위법”
등록 안 해준 군청에 항소심 이겨…법원 “입법 미비로 불합리한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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