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난장판, 강릉단오제는 언제 봐도 신비로운 감흥으로 다가온다. 천년을 내려온 우리 민족의 사상이 집약된 축제이기 때문일 게다.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13호로 등록된 강릉단오제는 그 가치가 뛰어나 2005년 유네스코가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역사를 가진 강릉단오제가 5일부터 12일까지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6일 단오제 취재를 위해 강릉을 찾았다. 무더운 날씨에도 인산인해를 이룬 장터에는 그네뛰기, 씨름판, 굿판, 서커스단, 관노가면극, 공연장, 각종 체험장 등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해 영동지역 최대의 축제를 실감나게 했다.
요즘은 주요 행사나 장애계 관련 행사에서 수화통역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개별 공연, 대회 등에서 수화통역이 제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리마당에서 펼쳐지는 프랑스 공연단의 프랑스가나페스티벌 공연장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공연에 앞서 사회자의 프랑스공연단의 공연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수화로 통역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축제장에도 수화통역사를 배치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나 곧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춘천에서 가족과 함께 축제를 보러 왔다가 수백 명이 모여 외국공연을 관람하는 장소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스스로 무대에 올라 수화통역 재능기부 봉사를 했던 것이다.
재능기부는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부를 받아야 할 대상이 다양한 만큼 기부할 수 있는 재능도 다양하다. 돈을 내는 금전 기부가 1회성이 대부분인데 비해 이런 재능기부는 각자의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기부형태라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 보노 퍼블리코란 재능기부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다. 미국변호사협회는 1993년 방침을 정해 소속 변호사들이 연간 50시간 이상 사회공헌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를 쓸 여건이 되지 않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론이나 법률상담 서비스를 해주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렇게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을 프로 보노 라고 한다. 여기에 공익이라는 말을 더해 라틴어로 프로 보노 퍼블리코 라고 부른다.
현대는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시대다. 작은 재능기부가 세상을 바꾸어 놓을 원천이 될 수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박사(博士) 위에 감사(感謝), 감사 위에 봉사(奉仕)’ 라는 구절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아무튼 농아인을 위한 그의 아름다운 손으로 쓴 말이 단오제를 더욱 빛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