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은 손을 이용하는 언어인 수어(手語)를 주된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지만, 이들에 대한 전문적 수어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가 강남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한 ‘청각장애인 고용차별 및 고용개선방안 실태조사’에서 청각장애인 320명을 설문한 결과 과반(55.6%)이 수어를 학교 선후배(34.1%)나 친구(21.5%)로부터 배웠다고 답했다.
반면 학교 교사에게서 배웠다는 응답은 29.1%, 전문 수어 강사로부터 교육받은 비율은 5.9%에 그쳤다. 청각장애인이 친구나 선후배 등 또래 주변인을 통해 수어를 배울 만큼 교육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응답자들이 수어를 습득한 평균연령은 12.3세였다. 42.5%가 초등학교 때, 13.1%는 청소년기에 수어를 익혔다고 답했다. 언어능력 발달 집중기인 유아동기에 수어를 익혔다는 응답은 26.5%였다.
조사 책임자인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수어는 청각장애인에게 제1의 언어지만 유아동기에 언어가 주로 발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어를 배우는 시기가 매우 늦은 것”이라며 “청각장애인은 그만큼 언어 습득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려면 영유아기에 수어로 소통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청각장애인들은 수어 습득에 적정한 시기로 49.4%가 영유아기를, 36.8%는 아동기를 꼽았다.
학교 등에서 이뤄지는 청각장애인 교육에서도 수어가 쓰이는 비율이 높지 않아 교육 내용의 원활한 전달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교사가 직접 수어로 가르치는 수업을 받아봤다고 답한 비율은 31.0%에 불과했다.
청각장애인이 학교 교육에서 수업 내용을 어느 정도 이상 이해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복수 응답 가능)으로는 수어(87.7%)와 필담(75.8%), 몸짓(73.2%)과 같은 시각적 수단을 주로 선택했다. 구어를 선택한 답변은 32.9%로 비율이 낮았다.
보고서는 청각장애인을 교육하는 특수교사들은 청각장애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청각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그 결과 교육 현장에서 수어가 배제돼 교육 수준이 열악해진다며 수어의 ‘원어민’에 해당하는 청각장애인 교사를 배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문 응답자들도 청각장애인 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교수자의 수어 실력’(47.2%)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수어 통역 서비스’(25.9%), ‘농인에게 맞는 교재개발’(17.5%) 등 순이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