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이 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를 불이행했다며 장애인단체가 차별 시정 요구에 나섰다. 차별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할 인권위마저 청각장애인 정보접근권에 무관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청각장애인 차별 실태를 고발했다. 연대는 기자회견 직후 인권위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이 지난 현재도 청각장애인은 정보 제공에 배제돼 있다. 양육 지원과 건강검진 등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마저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각장애2급 김모씨(39)씨는 7월 말 5개월 된 셋째 자녀에 대한 사회 서비스 전자바우처 잔액을 문의하려 보건복지부에 영상통화를 했다가 ‘담당이 아니니 유선전화로 문의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청각장애2급 권모씨(44)씨는 지난달 초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재단인 국민체력센터에 수어통역사와 동행해 건강검진을 받으려 했으나 ‘검사 받기 어렵다’고 거절당했다. 김씨와 권씨 모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흡한 청각장애인 사회 서비스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인권위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만 홈페이지를 통해 수어 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을 원해도 요일이 맞지 않으면 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어상담사가 한 명밖에 없어, 운영시간에도 상담을 받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많다.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영상전화 또한 상담원이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가 정한 시간에만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자 인권 침해”라며 “국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국가 서비스에 대해 단지 청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