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이유로 소집 순위 맨 마지막인 것은 차별”

인권위 “장애로 인한 차별, 병무청은 대책 수립하라”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정신질환을 이유로 병역판정에서 신체검사 4급을 받은 보충역이 다른 질환의 보충역보다 사회복무요원 소집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병무청장에게 사회복무요원 소집순서 결정 등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박모씨 등 24명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자를 병무청이 합리적 이유 없이 가장 후순위인 5급으로 정해, 소집 대기 기간이 길어져 입학·취업 등의 진로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소집순위는 병역의무 부과에 대한 시급성과 병역의무자를 사용하는 복무기관의 자원활용도를 고려해 정해진다. 그런데 정신질환으로 4급 판정을 받은 보충역의 경우, 복무기관 활용도가 떨어지고 복무관리에 더 많은 행정 소요를 일으키므로 임의로 배치하기 곤란하다고 병무청은 주장했다. 또한, 2015년 이후 소집자원의 잉여로 본인선택제에도 소집 순위를 적용해 선발하는데, 4년간 소집되지 않으면 사회진출 지연 등을 고려해 장기대기사유로 소집이 면제된다고 밝혔다. 본인선택제란 소집 일자와 복무기관을 본인이 직접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병역이행 만족도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인권위 조사 결과, 병무청은 2016년 1월부터 정신질환 사유 4급의 소집순위를 병무청 훈령 ‘사회복무요원 소집업무 규정’에 근거해 4순위에서 5순위로 배치하고 있다. 그 결과, 사회복무요원 전체 소집률은 2015년 72%, 2016년 62%인데 반해, 정신질환 사유 4급 소집률은 2015년 32.9%에서 2016년 8%로 급감해 상대적으로 긴 대기시간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본인선택제 신청자 4만 6492명 중엔 1만 941명(23.5%)이 선발됐는데, 이중 정신질환 사유 보충역은 신청자 6015명 중 113명(1.8%)만이 선발됐다.
따라서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소집순위 5순위를 부여받은 정신질환 사유 보충역은 소집 대기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자신의 진로를 계획하거나 개척하기 어렵고, 본인선택제 소집순위 적용으로 복무 시기를 앞당기거나 복무기관을 선택할 기회를 제한당하고 있다”면서 “4년 장기대기 시 소집이 면제된다고 하나, 병역판정을 받은 자는 병역수급계획에 의해 언제든지 소집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대기 기간 동안 자신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병무청은 정신질환 보충역의 자원활용도가 낮다는 주장의 근거를 명확하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병역신체등급 판정 시 병역자원의 수급 상황·활용도 등을 고려해 정신질환 보충역을 병역자원에 포함시킬 것인지 판단할 문제로, 병역자원에 포함해 보충역 복무 가능한 자로 판정한 이상 정신질환 사유로 다르게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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