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이 주도적으로 논의해 법안을 구성한 ‘진주참사방지법’(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대표 발의로 10월15일 국회에 접수됐다. 정신장애인이 직접 만든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 구성에 헌신적으로 참여했던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하 파도손) 대표는 법안 통과를 위해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사는 한국 정신장애인들의 삶과 자립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담아 발의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관련 단체의 지지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제2조 7항에서 “정신질환자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재산에 관한 사항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며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 조항은 구호에 그쳤다. 정신장애 당사자는 자신들과 관련된 법률과 제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제됐고 수동적 위치에 머물렀다.
진주참사방지법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설치·운영 내용을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 제15조에 9항을 신설해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회복한 사람으로서 정신질환자 동료에 대한 상담 및 교육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교육을 이수한 자(동료지원가)를 채용할 수 있다”고 정했다.
진주참사방지법은 정신재활시설에 ‘정신장애인 쉼터’를 추가했다. 쉼터는 강제입원이 필요한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 당사자가 방문해 안정을 취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일부 의료계에선 “병원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다른 시설과 역할이 중복된다”고 지적했지만,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병원은 중증일 경우에 가는 곳이고, 쉼터는 일상적으로 불안 증상이 나타날 때 부담 없이 방문해 다른 정신장애인과 공감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역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개정법률안은 정신응급대응체계를 구축할 책임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못박았다. 지난해 말 중증 정신장애인에게 목숨을 잃은 임세원 교수 사건과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중증 조현병 환자에게 5명이 목숨을 잃은 진주 참사의 원인으로 ‘응급상황에 놓인 정신장애인에 대응해야 할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지적된 것을 반영했다. 응급상황에 처한 정신장애인을 보고받은 경찰과 119 구급대원의 역할도 더욱 구체적으로 정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