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강제입원율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를 강화하고, 강제입원제도의 악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5월30일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한 달여 만이다. 입·퇴원제도 개선으로 정신질환자 환자 퇴원은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보건당국은 대규모 일시 퇴원 등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23일 현재 비자의 입원·입소(강제입원) 비율은 46.1%로, 법시행전인 4월30일 61.1% 대비 15.0%포인트(p) 낮아졌다. 비자의 입원 비율은 지난 2011년 75%와 비교하면 최근 6년 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독일(17%), 영국(13.5%), 이탈리아(12%) 등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법 개정 이후 상황이 다소 개선됐다.
복지부는 “법 시행 이후,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 등을 환자와 그 가족에게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통해 입원하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체 입원·입소자수는 현재 7만6천678명으로, 지난 4월 7만7천81명에 비해 403명(0.5%) 소폭 감소했다. 다만 개선된 입·퇴원제도 시행으로 퇴원환자는 증가했다.
입·퇴원관리시스템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5월30일부터 6월29일까지 한 달간 강제입원 환자 중 퇴원한 환자는 하루 평균 약 227명으로, 지난해 6~12월 평균(약 202명)에 비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개정 전에는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정신과 의사 1인이 정신질환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타해 위험성이 없어도 비자의 입원이 가능했으나, 현재 비자의 입원 시 2주 이내에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만 입원이 가능하게 한 결과다.
다만 시스템상 퇴원자 수는 기존의 강제입원 환자가 퇴원 처리 후 자의입원하는 경우도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퇴원자수는 이보다 적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와 같이 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의 대규모 일시 퇴원 등의 혼란은 없었다” 며 “정신질환자 중 본인이나 다른 사람을 해할 위험이 없고, 입원이나 입소를 원치 않는 경우 지역사회로 복귀해 생활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시설 퇴원·퇴소자를 위한 보건·복지서비스 지원 대책을 시행 중이다. 복지부는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추가진단 지정병원의 수를 늘리기 위해 국공립병원의 전문의, 관련 인력을 추가 충원하고,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인력 예산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사례관리와 복지서비스 지원을 위해 추경 예산에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370명분의 인건비를 반영하는 등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대한다. 연차적으로 인력을 충원해 1인당 70여 명 수준에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보호자가 없고 시설 입소 등 의사결정에 지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해 지역사회 거주 훈련 모델인 ‘중간집(Halfway House)’ 시범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지자체는 정신질환자 사례관리, 건강관리·치료비 지원, 긴급지원·맞춤형 급여 등 보건·복지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자원도 연계한다. 특히 거처할 곳이 없는 퇴원자에 대하여는 LH공사 및 도시공사 등과 연계하여 주거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 추진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적, 정책적 패러다임을 인권과 복지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 라며 “현장 및 관련 학회와 협의회 구성 등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를 보완·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