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하회탈입니다. 보통 하회탈을 생각할 때 인자하게 눈웃음 짓고 코가 큰 탈의 얼굴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탈은 하회탈 중 하나인 양반탈입니다. 하회별신굿 놀이에 쓰이는 탈은 14종류가 있는데 그 중 3가지가 소실되고 남은 탈은 11가지뿐 입니다. 양반탈은 그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각시탈’ 역시 하회탈의 한 종류입니다. 하회탈의 우수함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뜻 밖에도 미국인에 의해서입니다. 1954년에 서울 미문화원에 근무하던 맥타가트(Arther Joseph Mctaggart)가 안동에서 하회별신굿 놀이를 보고 잡지에 기고한 글이 외신을 타고 한국에 다시 들어오자 그때서야 우리 정부에서 하회탈의 가치를 알았다고 합니다.
하회탈은 현재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오리나무로 만들어진 하회탈이 7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하회탈을 서낭신으로 여기던 마을의 풍습 때문입니다. 하회별신굿을 하는 마을은 서낭신을 모시는데 가면을 신의 상징으로 생각하기에 보통 일반적인 굿 놀이는 놀이가 끝나고 탈을 태우지만 하회탈은 신당에 모셔놓습니다. 서낭신의 현신으로 탈을 신성시 여기기 때문에 닦을 때도 향나무 삶은 물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탈은 신과 연관이 깊은 신성한 상징물입니다. 별신굿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도 부정이 없는 목수가 서낭대와 내림대를 세우고 신을 내림대에 불러 위에 달린 방울이 올리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신이 내림대에 내려오면 방울을 서낭대에 옮겨 서낭당, 국신당, 삼신당을 돌아 앞마당에 도착해 탈판에서 탈놀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화회탈은 극의 인물들을 나타내는데 주지 2개,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하인), 부네(첩, 기녀), 백정, 할미 탈이 있습니다. 이중 백정과 양반, 선비 탈만 턱이 분리되어 더욱 생동감 있는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들어 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총각, 별채, 떡다리탈은 소실되어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소실된 탈을 복원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팀을 만들어 모였지만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회탈의 높은 예술성과 미학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별신굿 탈판이 완성이 되면 광대들이 탈을 쓰고 준비를 합니다. 별신굿 놀이는 총 여섯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마당을 이끌어가는 역할과 의미가 다릅니다. 여섯 마당이 끝나고 나면 무당은 뒷풀이로 허천거리굿을 합니다. 별신굿 기간에 들어온 잡귀와 잡신을 동네에서 몰아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허천거리굿을 마지막으로 별신굿 놀이는 끝을 맺습니다.
가면은 원시시대부터 변신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가면을 얼굴에 뒤집어쓰는 행위를 통해 가면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문화재에 많은 가면들이 있지만 하회탈이 우리의 탈을 대표하게 된 이유는 서민들의 애환과 해학이 그 안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회탈을 쓰고 양반들의 권위의식과 허례허식을 비웃으며 즐거움을 얻었던 당시 민중들의 삶이 하회별신굿놀이와 탈속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하회별신굿놀이는 1980년 중요무형문화재 6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탈과 굿 놀이 모두 국보와 문화재로 지정되어 오래도록 보존케 한 것입니다. 전통문화는 단지 보존에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지니고, 담겨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회탈의 인자한 눈 안에 감추어진 우리 선조들의 삶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정교한 아름다움을 한층 깊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자료 : 산수도인>
[참고문헌]
한국민속의 세계 5권,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원, 2001
두산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