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권리를 위해 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CRPD) 국가보고서 심의와 관련해 이런 내용을 포함해 정부(총괄부처 보건복지부)의 제2, 3차 보고서(안)에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권익 보장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는 국제협약으로, 전문과 본문 50개 조항, 선택의정서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는 2006년 12월 협약을 채택했으나 협약의 절차법적 효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 선택의정서는 가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내년 예정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2차 심의에서 1차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 등을 평가받는다. 정부는 심의를 위해 이달 열리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2011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한국 내 장애인 인권상황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정부의 국가보고서안이 추상적인 계획만을 나열하거나 제시 가능한 통계 자료를 빠뜨렸다” 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한 쟁점 목록 이행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 미흡하거나 정책의 예산 규모가 적시되지 않은 점도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약 조항별로는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 중절 수술의 허용 한계) 폐지 검토, 장애인등급제 폐지, 성년후견제도 개선 현황 추가, 정신장애인 관련 구체적인 통계 제시 등 보고서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했다. 모자보건법 14조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인공임신 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인권위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 여성을 강제불임 시술이나 낙태로부터 보호할 것을 권고했다” 며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우생학을 바탕으로 한 장애 차별적 조항으로, 장애 여성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강제불임 시술이나 낙태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폐지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강화를 위해 장애인 단체 등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간담회 내용을 검토·반영한 독립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한편 내년도 심의에 참여해 인권위의 의견을 설명하고 심의 내용을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