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하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활짝 열린 포럼’
‘광화문 1번가’에서 다시 외치는 문 정부 향한 목소리

◇11일, ‘광화문 1번지’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활짝 열린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인수위원회’를 마련해 국민이 꼽는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광화문 1번가’에서는 지난 5월 30부터 매주 화, 목요일마다 ‘열린 포럼’을 통해 국민이 제안하는 정책을 수렴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열린 포럼이 진행되는 11일, 장애인·빈민 단체도 자체적으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활짝 열린 포럼’을 열고 문재인 정부를 향한 목소리를 전했다.
‘활짝 열린 포럼’에 모인 이들은 문 대통령에게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 정책 폐지를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형숙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아래 광화문공동행동) 공동상임대표는 “지난 5년간,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그리고 장애인 수용시설 정책이라는 ‘3대 적폐’ 폐지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다” 며 “그리고 끈질긴 투쟁 끝에,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3대 적폐 폐지 약속을 받았다” 고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였을 당시 직접 장애등급제 폐지 약속을 자필로 쓴 메모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약속한 후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공약집을 통해 장애인 탈시설 정책 마련을 약속한 점을 상기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지금 요구하는 것은 억지가 아니라, 떼쓰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지난 5년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문 대통령 자신이 약속했던 것” 이라며 “그러나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아직도 우리는 이러한 약속에 관한 확실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은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지난 5년간 이를 주장해온 우리와 반드시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대화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조 실장은 “장애등급제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니라, 정부의 예산 운영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활동가는 “일부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면 가족 간의 책임감이 희박해지고, 부정수급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이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2002년 70.7%에서 2014년 31.7%로 대폭 감소했으며,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더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기준 자체가 너무나 까다로워 부정수급 우려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 활동가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이후 추계 예산은 15조 원으로, 이는 GDP의 1%에 해당한다” 며 “1%로 전 국민의 5%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이는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조아라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탈시설 정책을 약속한 대통령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문 대통령의 탈시설 정책 공약의 의미를 짚었다. 조 활동가는 “수용시설은 장애인의 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제도이지만, 그동안 국가는 장애인 혐오와 복지 편의에 따라 만들어진 시설-가족-국민-국가 간의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해왔다” 며 “이제는 이 카르텔을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 활동가는 “대통령이 탈시설 정책을 약속한 만큼, 이제는 탈시설을 선택이 아닌 권리로 인식하는 근본적 정책 변환이 필요하다” 며 “탈시설 정책을 총괄할 담당 부서를 복지부 내에 설치하고, 탈시설 당사자가 지역에서 사는 데 필요한 요소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활짝 열린 포럼’ 2부에서는 광화문 1번가에 있는 ‘대통령의 서재’에 추천할 책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포럼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3대 적폐’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은 책 5권을 추천했다.
추천된 책으로는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구술 기록을 담은 책 ‘숫자가 된 사람들’,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 송파 세 모녀 사건 등 한국 사회의 빈곤 문제를 다룬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장애 운동의 역사와 필요성,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와 ‘노란들판의 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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