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피의자 조사 시 신뢰관계인 동석에 관한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 당사자로 하여금 형사사법절차상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경찰의 행위가 ‘형사소송법’ 및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10일 밝혔다.
피해자의 부친인 진정인은 “탈북민인 피해자가 북한이탈 과정에서 받은 충격으로 정신질환 및 지적 장애가 발생하여 성년후견인까지 지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며 “경찰인 피진정인들이 피해자를 마약투약 혐의 등으로 체포하여 피의자 신문을 하며 신뢰관계인도 동석시키지 않아 피해자가 혐의에 대해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피해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였다는 사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 △입원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지능지수가 57, 사회성숙연령이 약 11세 수준으로 측정된 사실 등을 확인했다.
또한 ‘형사소송법’ 및 ‘장애인차별금지법’에 형사 피의자에게 의사소통 등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장애가 확인되면 신뢰관계인 동석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피진정인들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피진정인은 수사 당시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여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피해자와 대화를 하면 의사소통능력에 한계가 느껴진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있고, 특히 제1차 피의자 신문조서 말미에 피진정인들이 피해자가 조서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의심이 되어 재차 설명하였다고 기재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에 대하여 4차례의 피의자 신문을 한 피진정인들이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피해자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 침해구제 제1위원회는 이번 진정사건이 수사단계 초기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식별방안이 미비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이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수립해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최호철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