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경찰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정신병력을 언론에 유출하는 관행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올해 A아동학대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사건관계자의 정신병력 정보를 당사자의 동의없이 대중에게 임의로 공개했다. 이에 지난 6월 30일, 인권위에 경찰이 사생활 침해뿐 아니라, 정신질환이 마치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 고정관념을 강화했다는 취지의 진정이 제기됐다.
해당 진정은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한 진정으로, 피해자의 신원 및 권리구제 의사가 파악되지 않아 각하되었지만, 인권위는 경찰의 재발 방지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해 11일, 따로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개인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정신병력이 사건관계자의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되는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하므로 이를 개선할 것을 밝혔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건강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정보로 특별히 더 보호되어야 할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인권위는 “이미 검거가 완료되어 공공의 안전 우려가 소명된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이와 같은 헌법 및 법률에 위반된다” 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자료(2016)에 따르면 비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보다 15배가량 높으며, 강력범죄도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정신질환자 범죄율보다 6배가량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설문조사(2019)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 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 집단 전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해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를, 당사자에게는 치료를 회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 우려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국가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편견을 근절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정신건강보건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정신질환자 차별 및 편견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위는 “경찰 역시 부당한 침해 또는 위험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며 “경찰 개개인이 언론에 정신질환자의 치료전력을 본인 동의 없이 제공·유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부득이 공개해야 하는 경우 내부 심의를 거치는 등 관련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고 밝혔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