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ㆍ가정 양립’ 기조에 따른 육아휴직의 확산으로 육아휴직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절반 가까이는 복직 후 1년 이내에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 산전후휴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여성 직장인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비율은 2014년 육아휴직 여성의 56.6%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복직 뒤 1년 안에 직장을 그만 둔 셈이다.
육아휴직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직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여성 근로자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다. 육아휴직 뒤 1년 이상 같은 직장에 다니는 비율은 2010년 47.4%로 가장 낮았고, 이후 2011년 48.5%, 2012년 51.3%, 2013년 54.1%에 이어 4년 연속 높아졌다. 하지만 2002∼2006년의 해당 비율인 60% 이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육아휴직 뒤 1년 이상 같은 직장에 다니는 비율은 직장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2012년 기준 30인 미만 직장에서의 해당 비율이 41.1%인 반면,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59.1%로 크게 높았다. 보고서에서는 이런 차이에 대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모성 보호 권리가 온전하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출산휴가만 쓴 경우에는 1년 뒤 같은 직장에 다닐 가능성이 높았는데 2008년 71.4%에서 계속 높아져 2014년 80%를 기록했다. 하지만 출산휴가자 가운데 육아휴직까지 이용하는 비율은 최근 감소 추세다. 해당 비율은 2003년 18.7%에서 계속 높아져 2012년 60%를 돌파하고 2014년 63.8%까지 기록했으나, 2015년 62.6%, 2016년 60.5%로 2년째 낮아졌다.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직장에서의 부당한 성차별 등이 근로자의 출산과 일·가정 양립을 방해하고, 고용 유지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률은 4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57.9%에 견줘 크게 낮았고, 가임여성의 합계출산율도 1.24명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보고서를 쓴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인사담당자와 근로자를 인터뷰한 결과 복직 후에도 여전한 육아 부담과 함께 직장에서의 ‘찬밥 대우’가 육아휴직 복직자가 끝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육아휴직만으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여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시차출퇴근제나 단축근로 등과 같은 유연근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