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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은 ‘점자의 날’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은 일본어 점자를 쓰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3년의 연구 끝에 한글 점자를 창안해 냈다. 훈맹정음이라고도 불리는 점자는 90년이 흐른 지금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됐다.
그러나 IT의 급속한 발달은 시각장애인이 외부와 소통하는데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각종 전자기기들은 물론이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 속에 이들은 또 다른 소외된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부에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25만2천362명이다. 전체 장애인 가운데 11.9% 수준으로, 10년 전과 비해 3만6000여명(16.4%) 증가했다.
이 10년 동안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스마트폰이 국민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고, IT의 발전과 함께 ‘터치스크린’이 대세가 됐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수가 증가했음에도 일부 기기를 제외하고는 음성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가전제품에도 점자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간단한 조작으로 손쉽게 밥을 할 수 있는 전기밥솥조차 시각장애인은 어렵게 이용해야 한다.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 다른 기기들도 비슷하다. 사물인터넷(IoT)이 발달하면서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가격대가 만만치 않고, 인식 수준도 떨어지는 편이다.
생활뿐 아니라 문화·여가생활에서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도서관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발표한 ‘2017년 도서관 장애인서비스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908개 공공도서관이 보유한 음성 대체자료는 카세트테이프가 13만2천984점으로 가장 많았고, CD가 9만9천56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MP3 파일은 4만2천154개로 CD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카세트·CD 플레이어가 사실상 사장된 현실에서 도서관이 아니면 재생도 어렵다. 시대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는 스마트 기기를 중심으로 음성인식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스, 애플 시리 등 일반 소비자 편의를 위해 개발된 플랫폼들이 시각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기기만이 아닌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 기능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함은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