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장애인 참정권 실천으로 답해야

박혁종 / 본지대표

지난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다 장애인의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만났다. 시위대는 문대통령을 향해 투표하기 쉬운 용지 등을 요구하자 이에 문대통령은 “잘 살펴보겠다. 실제로 투표권은 있어도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또 이렇게 투표용지에 기입하기가 어려워서….”라고 말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사회혁신수석실 차원에서 장애인 참정권 관련 정책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지만 2년 후 총선에서 기대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과거 보다는 장애인을 위한 투표소의 편의시설 등이 좀 나아지기는 했으나 청각장애인 참정권과 관련하여 후보 다수가 나오는 선거토론 방송 등에 2인 이상의 통역사를 배치하고 통역의 창을 확대하는 등 청각장애인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낸바, 이에 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9일 진정내용을 방송사가 이행하라는 권고를 하였지만 지상파방송사들은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방송사들이 인권위원회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표면적으로 기술적인 문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거짓말이었다.
이번 지방선거기간에 이미 지역민영방송에서 시범 실시 한 것을 보면 재정적, 기술적, 제작인력의 측면에서 지역의 민영방송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로 한 화면에 다수의 통역사 배치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방송사의 의지에 문제가 있고, 더 나아가 방송사를 규제하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고, 정부의 정책을 수립하도록 국회가 입법 작업을 올바로 못해서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장애인들은 참정권을 보장해달라고 외쳤다. 이런 장애인들의 처절한 외침들이 언론에 나오면 국회는 관련 내용을 법안으로 발의하고 나섰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렸다.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장애인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법률들이 발의 되었다. 그 가운데 청각장애인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발의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2016. 10), 노회찬 의원(정의당, 2017. 6), 김관영 의원(국민의당, 2017. 6),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 2017. 8)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발의 내용도 정당의 경선과정에 청각장애인의 참여방안 마련, 선거방송에 청각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수어통역, 자막 의무제공, 선거방송의 수어통역을 확대(1/6또는 1/8), 선거방송토론에 다수 후보자가 출연할 때 2인 이상 수어통역사를 한 화면에 배치, 투표소에 수어통역사 배치하도록 노력하라고 하는 내용도 있지만 발의된 법안들은 논의도 못되고 계류되고 있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으니 관련 상임위원회에 상정도 못하고 있어 이러다 유야무야 시간이 흐르다 폐기가 되고, 그래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장애벽을 허무는 사람들’외 참여 단체들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참정권 확대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여 달라고 호소했다. ▲ 선거방송은 수어통역과 자막 의무화될 수 있도록 할 것 ▲ 선거토론방송시 2인 이상 출연할 경우 수어통역사 2인 이상 배치할 수 있도록 할 것 ▲ 수어공보물을 수어로 볼 수 있도록 할 것, 법적 근거마련 ▲ 정당의 경선과정에 청각장애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 ▲ 길거리유세에 수어통역 제공을 의무화 할 것 ▲ 투표소에 수어통역사 배치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이다.
국회는 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하여 발의된 법률은 논의를 통하여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미진한 부분은 공직선거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논의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와 여당은 할 일이 많아 장애인 참정권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해도 대안 정책 정당인 자유한국당, 바른 미래당, 정의당에게 거듭 촉구한다. 정부와 여당을 정쟁상대로만 상대 하지 말고 어르고 달래서, 장애인 복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당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정당이 존재하는 것은 사회적약자보호에 우선해야 할 것이 아닌가?
곧 여름휴가다. 가족 친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마다의 행복을 누릴 것이다. ‘정치인들은 지금껏 무엇을 했느냐고?’ 국민은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대답이 궁색하면 변하지 못했다. 변하지 못했다면 통하지 않는다. 통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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