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종 본지 공동대표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저서가 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핵심은 ‘여우는 작은 것을 많이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큰 한 가지를 안다’이다. 여우는 기회, 사고, 이해상충 등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고슴도치는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만 보고 그 방향으로 파고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보는 방법에 따라 인간을 ‘고슴도치형’과 ‘여우형’으로 나누고 있다. 자기 비판적 태도와 회의적 자세를 가진 여우와 달리 ‘고슴도치형’은 얕은 지식과 과도한 자신감에 의지해 업데이트를 외면한다. 경험에서 배우는 여우는 정확도가 높아지고, 애초 설정한 전제에 집착한 고슴도치는 그와 정반대다. 눈앞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면 이를 되레 자기 편견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큰소리치는 유형이다.
이른바 지금 공기업의 고용 세습 의혹에 여당과 서울시가 흡사 ‘고슴도치형’으로 일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너무나도 닮아 있다.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에는 멍이 들고 있는 가운에 서울시는 진상규명의 책임을 감사원으로 떠 넘겼지만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에 이어 정의당까지 국정조사 요구에 가세했지만 민주당은 일부 채용비리 의혹이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국정조사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동일한 유형의 채용비리 의혹이 속속 제기 되면서 여당은 진상규명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을 국민 대다수는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공공기관 노조 고용세습 등, 채용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한 시점에 취업자가 가장 선호하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야 4당 모두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지금 야당이 주장하는 것은 ‘침소봉대’해서 만들어 내는 걸 가지고 국정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거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채용 비리 의혹에 ‘가짜 뉴스’가 있다며 적극 방어하고 있다.
민주당만 반대하고 있어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면 공기업 고용세습 국정조사는 피할 수 없지만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 실시가 관례로 지루한 협상전이 이어질 전망이여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적폐청산을 외쳤지만 이번 사건을 보듯 귀족노조의 적폐는 전혀 모른척하고 방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게 신적폐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회 곳곳에 내재된 적폐를 감사하고 대한민국이 공정하게 되도록 각종 기득권을 반드시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 아니었던가.
지금 대한민국은 ‘도도새는 왜 사라졌을까?’라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도도새’는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서식했던 새였다. 이 섬에는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도 없으니 힘들게 날아오를 필요도 없었다. 이곳에서 도도새는 오랫동안 누구의 방해도 없이 살았고, 하늘을 날아야 할 필요가 없어져 그 능력을 잃었다. 1505년 포르투갈인들이 최초로 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데 인간을 처음 본 도도새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날아갈 줄도 몰랐기에 포르투칼인들이 ‘바보 멍청이’라는 의미로 붙여준 이름이 ‘도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리셔스 섬은 향료 무역을 위한 중간 경유지가 되었고, 25㎏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도도새는 선원들에게 더 없이 좋은 사냥감이었다. 이로 인해 많은 수의 도도새가 죽어갔다.
이에 모리셔스 섬에 인간이 발을 들여 놓은 지 100년 만에 한 때 많은 수를 자랑하던 도도새는 희귀종이 되어버렸으며 1681년에 마지막 새가 죽임을 당했다.
‘도도’(Dodo)는 ‘얼간이’라는 뜻이다. 날지도 못한 채 카바리아나무 주변이나 쓸데없이 어슬렁거리는 우수꽝스러운 모습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국민들에게는 어쩌면 이미 한참 전부터 시작된 그 변화들을 외면한 채 스스로가 한쪽 날개를 퇴화시켜버린 것이라면, 도도새의 교훈을 되새겨 봄직도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