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종 / 본지 대표
“당신은 이 나라의 주인입니까?”라는 필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왜 그럴까? 주인행세를 하려면 주인 된 모습을 갖춰야 하는 데 아직 내가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라고 자신 있게 자신에게 대접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임에 틀림없는데도 시민은 왜 자신이 주인 됨을 당당히 내세우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일까. 혹시 70,80 세대들의 시대적 생소함 때문이라면 익숙해질 만한 하게 지난 세월이기도 한데 안타까운 심정이다.
곧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는 주권자인 우리가 투표로 정하여 대신 지방 살림을 맡기는 대표를 선출하는 것만 보더라도 너나없이 이 나라의 주인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는 어떤 점에서는 국민에 의한 정부를 실현하지만, 다른 점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까? 지방 정부나 중앙정부 등 대표들이 일단 선출되고 난 뒤에는 언제나 국민의 바람대로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까? 물론 그러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2018년도를 익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당연한 권리를 가진 이 나라의 주인이다.
임제선사의 가르침처럼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주인으로 살아야한다. 주인은 어디에도 물들지도, 얽매이지도, 걸리지도 않는 자유자재한 사람이다. 집착, 편견,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걸림 없고 물들지 않는 삶이다. 그러나 탐욕에 물들어 다겁생래(多怯生來)를 이어오며 굳어진 관습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 이기주의로 인해 눈멀고 귀 멀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장벽에 가로막혀 살아온 세월이 켜켜이 쌓여 판단이 흐려지고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허덕이며 허송세월하며 살아왔다.
이는 주인 된 삶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시민의 모습도 아니다. 그래서 이 관습을 없애거나 줄이려는 노력을 하루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 노력이 바로 자신이 자유민주주의를 실행하는 행위이다.
‘내가’ ‘네가’ 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은 돈을 들이고 시간을 내는 어렵고 귀찮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밝고 건강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 참회하는 생활, 민주사회의 가르침을 주변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 모든 것들이 주인의 참 모습이다.
요즘 대한항공 회장의 부인과 딸이 연일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직원들 몸을 밀치고 삿대질하고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는 뉴스를 볼 때 마다. 이들이 살고 있는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조차 모르는 자본주의 성골들이다. 저들에게 “당신은 이 나라의 주인입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글쎄다. 이들의 대답은 “당연히 내가 주인이다”라고 당당히 답할 것이다. 돈 많고 배경이 좋으니 남들보다 위에 있다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거치적거릴게 없으니 기세가 더더욱 등등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처지가 어떤가, 이 나라를 떠나가는 게 좋겠다는 국민들의 청원의 메아리 소리에 이만저만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 일가는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닌 것이다.
노자는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성긴 듯 보이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라고 했다. 하늘의 그물이 곧 ‘업’이리라. 함부로 쏟아내는 거친 언행들이 습(習)과 행동들이 굳어지면 어느 날 자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그물이 돼 머리 위에서 내려온다. 인과법을 깨달으면 몸과 마음이 위로 향할 수가 없다. 그물은 위에서 아래로 펼쳐진다.
민주주의를 알림과 참된 참여는 유권자인 내가 주인 된 의무이다. 시민들을 위해 봉사를 하겠다는 정치인들이 정작 시민들은 뒷전인 채 당리당략에 치우친 행위들을 너무도 많이 보여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결국 시민들이 관심과 주인 된 의식이 없기 때문이며,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이번 지방선거 투표에 적극 참여해 확실한 주인은 ‘나’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하여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늘 가보았던 길이지만 순간순간이 자신이 주인 됨을 잊어버린다. 이번 6.13 지방선거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점과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 갈 수 있는 대표 뽑기에 적극 동참 하면서 내일의 주인 된 길을 만들어야 가야 한다. 그리하여 나를 비롯한 모든 이웃들이 안전하고 자유로운 민주주의와 평화의 기운을 가득 채워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