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떳떳한 사람은 마치 겸손한 것 같고, 가장 재주 있는 사람은 마치 졸렬한 것 같고,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은 말더듬이 같다’ ‘아주 교묘한 재주를 가진 사람은 그 재주를 자랑 하거나, 드러내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서툴고 어리석어 보인다’고 노자와 장자는 기록하고 있다.
북송시대 소동파는 벼슬길에 오르는 사람을 위한 축하의 글에서 “위대한 용기는 겁을 먹은 것 같고 위대한 지혜는 어리석은 것 같다. 지극한 존귀함은 면류관이 없어도 영광스럽고, 지극한 어짊은 장생(長生)의 묘책을 쓰지 않아도 오래 간다”고 말했다. 어리석게 보인다고 무시하지 말고 똑똑한 척 해봐야 자신에게만 손해인 것이다. 똑똑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일견 좋을지는 모르나 상대방은 그 말을 하며 동시에 당신을 경계할 것이다.
항우와 유방의 마지막 전투인 해하전투에서 한신(韓信)은 초나라 병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공심계(攻心計)로, 고향을 떠나온 8천여 명의 병사들의 심리상태를 혼란에 빠뜨리며 애간장을 녹이는 초나라의 노래로, 전투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항우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사랑하는 우희와 이별하고 오강에서 칼을 뽑아 자결했다. 항우를 자결케 한 한나라 장수 한신 역시 큰 뜻을 품고 있었지만 동네 건달의 사타구니 사이를 기어갈 정도로 어리석은 행동을 서슴지 않았음은 새겨볼만한 대목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이 있다. 깊고도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지혜는 주로 폭 넓은 안목과 식견, 지식에 뿌리를 둔다. 정보와 지식을 모두 수치로 계량화 할 수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 지식은 지혜로 바뀌어야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지식보다 훨씬 중요한 것, 즉 ‘지혜는 곧 재산’이라 인식하고 있다.
지식은 세상에 널리 퍼져있는 보편적인 진리이며 정보이며 이론이다. 지혜는 그 지식을 얻고 이해하고 응용하고 발전해나가는 정신적인 능력을 말한다. 지식만을 가진 사람은 평면적인 사고로 모든 사물을 바라보지만, 지혜로운 자는 입체적으로 시대의 방향을 바라보며 결국 인간중심의 세계로 나아간다.
평정을 얻는 것처럼 위장하며 자기 검열이 없이 내면의 갈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지도력과 리더십은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멀어져가게 한다. 말 없는 다수의 백성들은 지도자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담박함과 솔직함 그리고 통 큰 지도력을 발휘할 때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낸다.
제갈량은 “병사들을 동원하여 창과 칼로 성벽을 공격하며 싸우는 것은 하책이요, 백성들의 마음 민심을 얻는 것이 상책이다”라고 했다. 제갈량이 노강 깊숙이 들어가 맹획을 생포하였으나 민심을 얻기 위해 그를 죽이지 않고 풀어 주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의 고사성어가 만들어졌다. 이후 맹획은 제갈량의 품속으로 들어와 복종하며 부하가 되기를 자처한다. 이래서 지도자의 지혜는 난세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낸다.
20세기의 권력은 총구에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 21세기의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단연 입에서 나온다. 국민의 귀와 생각은 닫혀 있지 않고 항상 열려 있다. 세 치 혀로써 국민을 사로잡았던 히틀러는 ‘대중은 작은 거짓말에는 좀처럼 속지 않지만 큰 거짓말에는 의외로 쉽게 속아 넘어간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히틀러가 총구가 아닌 세치 혀의 힘으로 계속 제3제국을 통치했다면 지금쯤 독일의 역사 아니 세계의 역사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이는 일은 본디 불가능한 법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자기의 겉모습을 포장하는 데만 열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단순하고 말초적인 말솜씨에 의지해서는 훌륭한 지도자, 매력적인 리더십으로 국민들과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들의 마음과 영혼에 다가설 구 있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진정성 없는 테크닉은 공허하고, 테크닉 없는 진정성은 맹목적이다.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반드시 진실성과 열정적인 소통능력이 필수적이다. 흔히 우리는 남을 아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 하고 나 자신을 아는 사람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럼 어떻게 말을 해야 지혜롭고 소통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문화수준이 낮은 사람에게는 분명한 사례를 들어 말을 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에게는 겉과 속이 같은 말로 이해를 시켜야하며, 성질이 급한 사람에게는 간결하고 직접적인 단어를 골라 설득해야 한다.
사상이 완고한 사람에게는 가장 흥미를 보이는 부분에 맞춰 말을 해 주고, ‘과연’이라는 말을 자주 내 뱉는 사람은 자신이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는 스타일이며, ‘사실’이라는 말을 자주하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에게 주목해 주기를 바라는 스타일이다.
‘마지막으로 어쩌고저쩌고’하는 사람은 잠재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불만이 많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결국 말이란 내가 하고 싶은 말 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말, 듣고 싶은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나라와 지역을 이끌어 가고 있는 지도자들은 나의 이야기보다 국민과 주민들이 원하는 말을 할 때 진정한 소통의 길이 열릴 것이며 그것이 곧 지혜로운 지도자의 길이다.
[복지시론] 소통의 말과 행동이 진정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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